임채진 검찰총장 사표 다시 제출
'총장사표' 일선 검사들 '망연자실'
청와대 "임채진 검찰총장 사직 만류 중"
2009-06-04 이명신 기자
[매일일보] 임채진 검찰총장이 3일 사직서를 다시 제출했다. 임 총장의 사직서는 이날 오전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에게 제출됐다. 사직서는 지난달 23일 냈던 것 그대로다. 당시 법무부는 임 총장의 사직서를 청와대로 건네지 않고 돌려보냈다.임 총장은 '사퇴의 변'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상할 수 없는 변고로 인해 많은 국민들을 슬프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진심으로 국민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또한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의 바른 수사, 정치적 편파 수사 논란이 없는 공정한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한 단계 높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했다.이어 "이번 사태로 인한 인간적인 고뇌로 평상심을 유지하기 힘든 제가 검찰을 계속 지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아울러 "이번 수사의 정당성과 당위성을 존중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말로 사퇴의 변을 맺었다.조은석 대변인은 "수사가 예상과 달리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검찰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결심을 하신 것 같다"고 분석했다.앞서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지난달 23일 임 총장이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바 있다. 이는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풀이됐다.이처럼 임 검찰총장이 3일 재차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검사들이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임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던 A검사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임 총장은 개인적으로, 인간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셨다"며 "곁에서 모셨던 상사가 돌발적인 상황으로 인해 사표를 제출해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심정을 밝혔다.지난 해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던 B검사도 "사표 제출 소식에 할말을 잃었다"며 "임기가 6개월도 채 안남은 상황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져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임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C검사도 "원칙과 정도를 강조하셨던 분이라 노 전 대통령 서거는 큰 충격이셨을 것"이라며 "임 총장이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검찰 수사를 믿어달라고 말한 것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재경지검의 D 부장검사는 "일선 검사들도 검찰 수장의 사표제출 소식에 사기가 떨어진 모습"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여론이 일방적으로 검찰 잘못으로 몰아가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검사들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임 총장이 적절한 시점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대검찰청 근무 당시 임 총장과 자주 만났던 E검사는 "물러날 뜻을 이미 밝힌 상황에서 하루 이틀 더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며 "검찰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시점에서 임 총장의 선택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재경지검의 F검사도 "인간적인 안타까움이야 감출 수 없지만 사표 제출 시기는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에서 결정이 더 미뤄졌을 경우 여론이 더 악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들도 임 총장의 사표제출 소식에 표정이 어두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5시 문성우 대검찰청 차장은 대검 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진행했다. 대검 관계자는 "회의에 는 대검 부장들과 기획관, 사무국장 등 14명이 참석했으며, 회의 내내 모두 침통한 표정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이와 관련 문 차장은 "수장이 사표를 낸 상황이니 근신하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통상적인 업무는 동요 없이 처리하되 대외업무는 가능한 뒤로 미뤄라"고 대검 간부 및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임 총장의 사직서는 이날 오전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에게 제출됐으며, 사직서는 지난달 23일 냈던 것 그대로다. 당시 법무부는 임 총장의 사직서를 청와대로 건네지 않고 돌려보냈다. 사직서를 제출한 임 총장은 이날 오후 이후 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채 퇴청했다.이에 대해 청와대는 3일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이 온당한 도리라고 생각돼 현재 만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직 부패나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척결의 노력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이 대변인은 "(임 총장이) 검찰총수로서 그동안 겪었을 인간적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러나 '선공후사'(先公後私, 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일은 뒤로 미룸)라는 옛말처럼 공인에게는 '사'(私)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검찰총장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서 검찰을 총괄지휘하는 정점에 있는 사람"이라며 "최근 검찰의 수사책임론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주장과 논란이 있는데 검찰수사는 여론이 아니고 법의 잣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 대변인은 "대통령도 법 아래 있다"며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에 결국은 허무맹랑한 흑색선전으로 밝혀진 BBK특검을 수용해 검찰조사를 받은 것 아닌가, '본'(本)과 '말'(末)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그는 이어 "김경한 법무부장관도 지난번 임 총장이 사의표명을 했을 즈음 대통령실장을 통해 구두로 사의표명을 했으나 대통령 지시로 반려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어떤 사람? = 임채진 검찰총장은 검찰 내 다양한 보직을 거쳐 정책판단능력과 기획능력, 통솔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아 왔다.삼성특검이 누명을 벗겨줄 때까지 '떡값검사'라는 누명을 써야 했던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07년 11월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사퇴의 변에서 거론한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 '바른 수사'를 강조했던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교체설이 돌기도 했지만 자리를 지켰다.그러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검찰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5개월여 정도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했다.사시 19회로 검찰에 입문해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업무처리에 사심이 없고 원리원칙에 충실하며 입이 무거워 보안의식이 투철하기로도 정평이 나있다. 검찰이 지향해야 할 목표의식이 뚜렷하다는 주위의 평가와 함께 공사(公私)의 구분이 명확해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이 두텁다. 김세경 여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약력
▲부산 ▲부산고 ▲서울법대 ▲사시19회 ▲속초지청장 ▲대검 범죄정보관리과장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대전지검 차장 ▲수원지검 2차장 ▲서울지검 2차장 ▲서울북부지청장 ▲춘천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법무연수원장 ▲검찰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