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4차 산업 핵심 반도체 집중…한국은 사법리스크에 발 묶여
美 초당적 반도체 산업 지원…中 시진핑·리커창 직접 챙겨
세계 1위 메모리 韓기업 삼성은 검찰 수사와 재판만 5년째
2021-06-15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반도체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다. 글로벌 기술 패권을 두고 다투는 미국. 중국 정부 모두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다. 반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한국 기업은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혀 경영 활동조차 쉽지 않은 형국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이 본격화됐다.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의 ‘심장’과도 역할을 하는 만큼 전(全)분야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래 산업 기술로 주목받는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전기차,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에 반도체는 필수 품목이다.
지난해까지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는 5G 시장이었다. 중국이 자국 기업 화웨이를 내세워 글로벌 5G 시장을 잠식해가자 미국이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미국은 직접 세계 여러 나라들에게 화웨이 통신사업 배제를 요구해왔다.
여기서 전선이 확대된 것이 반도체 분야다. 미국의 첫 타깃 역시 화웨이였다. 미 상무부는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의 미국 기술과 장비 사용을 제한 조치했다. 사실상 화웨이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육성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국내 정치적 문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치적 대립각이 절정에 이르렀지만 반도체 지원 분야에 관해서는 초당적 협력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에 제출된 미국 반도체 산업에 총 228억달러(약 27조원) 이상 지원하는 법안은 공화당 존 코닌 상원의원과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이다. 법안에는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지원도 담겨 있다.
중국은 공산당 주도 아래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반도체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직접 찾아 “우리는 삼성을 포함한 각국의 하이테크 기업이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수뇌부 인사인 총리의 삼성전자 현지 반도체 공장 첫 방문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후허핑 산시성 서기는 “성내 삼성의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로직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분야의 협력을 언급했다.
반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 때문에 경영 정상화가 요원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D램(44%), 낸드플래시(36%), SSD(43%)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년 8개월간 검찰로부터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받아왔다. 검찰은 그동안 삼성 임직원 110여 명을 430여회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된 삼성을 둘러싼 재판은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검찰이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청구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 타당성을 따질 예정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8조원 규모의 경기도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했다. 또한 10조원 규모의 평택캠퍼스 파운드리 라인 투자도 진행 중이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인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2위로 1위인 TSMC를 추격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G2의 국가적 지원 앞에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패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전폭적 지원에 국내 기업들의 고군분투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뿐 아니라 제도적 지원에 한국의 경쟁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도 위기감을 가지고 기업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