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신사임당’ 데뷔전 비용이 3천억원?
‘억’소리 나는 ATM 교체비용에 관련업계 울상…23일 시중 유통 앞둬
2010-06-05 류세나 기자
은행권, 신형 ATM 설치 부담…“우선 점포당 1대만”
ATM 업체, “물량은 없고 가격 경쟁에 단가만 하락”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오는 23일부터 5만원권 화폐가 시중에 유통된다. 한국은행은 5만원권이 시장에서 통용되게 되면 수표발행 비용 등에 따른 비용이 절감되고 일상 거래에서의 편의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만원권에 맞춘 상품들이 대거 출시되면 물가가 상승하고, 고액권인 만큼 화폐위조를 노리는 등의 범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관련 업계 역시 신권의 유통을 앞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분위기다.
교체 비용 대당 2400여만원 달해
ATM업계에 따르면 기기 1대 교체비용은 2400여만원으로 은행권 전체가 ATM기를 전면 교체할 경우 은행들은 약 3000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부담해야한다. 또 전면교체 없이 지폐 감별부만 교체하더라도 대당 66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은행들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금액인 것.이 같은 업계의 추산대로라면 5만원권 유통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당연히 ATM기 생산업체다. 그런데 이들마저도 울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에 따르면 금융권이 경제위기로 인해 정보기술에 투자되는 비용을 줄이고 있고, 그나마 생긴 발주물량도 업체 간 경쟁 때문에 ‘가격 후려치기’ 장사를 하고 있어 정작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는 게 업체측 주장이다.실제로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신한∙국민 등 일부 시중은행들은 신권 유통을 앞두고 각 영업점당 최소 1대 이상의 기기만 신형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의 지폐 감별부만을 교체해 지속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 우리은행은 영업점마다 최소 1대씩 총 710대의 신규 ATM기를 배치하고, 신한은행도 900여대만을 교체 설치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우선적으로 5만원권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대도시에 위치하고 있는 점포에 250대의 신형기기를 23일 이전에 들여오기로 했다. 반면 기업은행은 기존 기기의 부분 교체와 신규 기기 비율은 50대 50으로 하고, 하나∙외환∙SC 제일은행은 올해 안으로 모든 점포에 5만원권 이용이 가능한 ATM을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이 잇따라 ‘영업점당 최소 1대 이상’의 계획을 발표하자 ATM기기 업계는 수혜를 입을 것이란 당초의 예상과 달리 당분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액권 유통…득과 실은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5만원권의 유통은 소비자의 기본 사용금액 단위 자체를 높여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화폐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은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예측이나 통계자료에 의해 결정지을 수 없다. 일단 신사임당의 초상을 담은 5만원권 화폐는 오는 23일 시장에 풀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