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천문학적 회계 감사비용의 굿판을 멈춰라

2021-06-23     이승익 기자
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영업이익이 1억원도 안되는데 회계법인이 재감사 비용만 10억원을 달라고 하네요” 어느 중소 상장기업 대표의 한숨섞인 토로다. 올해 유난히 재감사를 신청하려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재감사 신청은 보통 감사의견이 ‘거절’이나 ‘부적정’이 나왔을 경우 기업이 신청한다. 상장기업들은 특히 이같은 감사회계법인의 의견이 부정적으로 나왔을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재감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재감사 비용이다. 일단, 상장기업 기준으로 보면 대체적으로 기본요금이 10억원에서부터 출발한다. 또, 종속회사와 투자유가증권,대여금,회사채,부동산 등 투자 자산이 많을수록 별도 건당 몇천만원씩 감사 비용이 추가된다. 그나마, 이런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감사의견이 '적정'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모 상장기업은 20억원 이상을 지급하고도 '의견거절'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결국, 주주들의 피같은 돈만 회계법인의 배를 채워준 꼴이다. 대부분 재감사를 신청하는 기업들은 한계기업이나 영업환경이 어려워 현금흐름이 대체적으로 좋지 않다. 간혹, 우량회사가 회계관리의 실수로 의견거절이 나올 경우도 있으나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절박한 회사일수록 감사의견에 ‘적신호’가 켜져 이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즉, 유동성이 부족해 의견거절이 나온기업은 돈이 없어 재감사도 못받는 형편이 된다. 또, 이같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예전 같으면 ‘적정’과 ‘의견거절’의 중간 영역에 있는 기업은 최근들어 대부분 부정적 의견을 제시받으며 재감사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계관리 부실이나 오너의 횡령,배임 이슈 같은 경우는 명확히 의견거절 사유에 해당되지만 존속기업으로서의 가치나 투자자산에 대한 가치의 적정성 문제는 담당 회계사의 주관적 판단 영역이 넓기 때문이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육상이나 수영처럼 정확하게 객관적 수치로 경쟁하는 스포츠가 있는 반면 피겨스케이팅이나 리듬 체조 등은 심판의 주관적 판단 요소가 크게 좌우하는 것처럼 회계감사는 이러한 객관적 판단과 주관적 판단이 공존해 있다. 그래서 주관적 판단의 영역에서 이같은 소수 회계법인들의 전횡이 나타나는 이유다. 물론, 모든 회계법인과 회계사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코로나 정국이다.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 메고 오로지 이번 고비를 넘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하루하루 직원 월급 고민에 중소기업 사장들은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출벽은 가로막혀 있고 생활적 거리두기로 내수 침체는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예전 조선시대가 망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농공상’이라는 사회적 계급이 크게 작용을 했다. 즉, 생산을 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 보다 이들의 위에 군림해 ‘삥(?)’을 뜯는 선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코로나 시대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은 일자리도 창출을 해야하고 직원들과 그의 가족,소액주주, 더 나아가 거래처 및 주변 식당까지도 먹여살린다. 그러나, 기업이 버는 돈보다 변호사,회계사 등 선비들에게 지급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많아 진다면 분명 우린 조선시대로 회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문제점을 하루 빨리 직시하고 과도한 회계관리,법률비용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다 보면 결국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명을 다할 것이다. 명을 다한다면 선비들도 언젠간 아사(餓死)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