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 규제 혁파 못하면 선도형 경제 없다
규제 무서워 리쇼어링 거부...“과감한 전략” 공허한 외침
2020-06-25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한 역대 정권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 혁파’였다.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체질 변화를 추구한 박근혜 정부도 규제 혁파에 성공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을 외칠 때부터 규제 혁파를 약속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선도형 경제의 지향점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기업의 유턴과 해외 첨단산업의 유치를 통해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공언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 추진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3주년 특별연설), “선도형 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산업과 경제 구조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과 함께 서비스산업의 혁신도 가속화할 것이다”(6차 비상경제회의) 등의 약속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첫발인 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우리 기업 유턴과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 배정된 예산은 단 230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추경안에서 유턴기업에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부여하고 유턴기업 전용보조금도 신설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유턴기업 전용보조금은 2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또 해외 첨단기업과 R&D(연구개발) 센터의 국내 유치를 위해 현금지원 한도와 국고 보조율을 높이기로 했지만 관련 예산은 30억원이 전부였다.
예산만이 문제가 아니다. 2013년 유턴기업 지원법 시행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유턴기업지원위원회가 설치됐지만 2018년 11월 한 차례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이 위원회에서는 유턴기업에 대한 자금·입지 지원과 제도 개선 등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과 관련한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한다. 리쇼어링 정책에 열심인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사실상 방기 수준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러니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19일 강기윤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해외 진출 기업 비공개 실태조사’(산업부와 KOTRA)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기업 중 93.6%가 국내 복귀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해외 사업 확대를 계획하고 업체도 상당수였다.
이들이 국내 복귀에 무관심한 이유는 생산비용 상승(66.7%) 외에도 노동 환경(58.3%), 각종 규제(33.3%) 등이 포함됐다. 생산비용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꼽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 규제가 유턴을 막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