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와대 다주택자

2021-06-29     송병형 기자
송병형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말했다. 또 “(취임 이후) 대부분의 기간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라고 했는데 우리 정부에선 전월세 가격도 안정돼 있다”고 했다. 당시는 이미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이 9억 원에 육박하던 시점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오랫동안 세간에 회자됐다. #부동산 문제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성패를 가른 사안이었던 만큼 대통령의 인식이 대통령 혼자만의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참모들의 인식과 직결된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첫 정책실장인 장하성 주중대사는 정책실장 재임시절 자신의 강남 생활을 언급하며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고 했다. 장 대사가 그의 강남 아파트를 매각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새 10억 원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는 소식은 들린다. #장 전 실장의 후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실장인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퇴임 후 “주요 국가 중에 한국이 부동산 가격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김 전 실장 역시 보유한 과천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 이상 뛰었다고 한다. 그는 2011년 ‘부동산은 끝났다’는 제목의 책을 쓴 장본인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실장인 김상조 현 정책실장은 강남 청담동에 고가주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공급은 충분한데 초과수요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초과수요는 곧 투기수요’라는 시각이다. 투기성 사재기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뛴다고만 보니 공급 대책이 아닌 수요 억제 대책에 주력하는 게 당연하다. 그 결과 정부의 첫 타깃은 수도권 다주택 보유자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 “수도권 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이른 시일 내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노영민 비서실장)는 대국민 약속은 ‘빈말’에 그쳤다. 청와대 다주택자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장관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아쉽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들조차 정부 대책을 무시하는데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는 대통령의 말이 국민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이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저의 어리석음을 탓해야지 누굴 원망하겠나...참여정부 때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의 보수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