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리쇼어링 현실] “리쇼어링” 외치는 정부…실상은 기업 옥죄기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반기업법’이라 불리는 법안 대거 입법 예고
거대 집권여당 막기 힘들어…개정안 통과 시 리쇼어링 더욱 힘들어져
한국은 법인세 인상 등 규제 강화 추세…리쇼어링 기업 혜택은 ‘별로’
2021-06-29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자국 유턴)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오히려 기업규제 강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산업계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대 집권여당이 출범하면서 ‘반기업법’, ‘기업옥죄기법’이라 불리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거 입법 예고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중 기업규제 강화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 전면에 포진되면서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 1일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중대표소송은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1이나 상장회사 지분 1만분의1을 보유한 주주는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러한 개정안으로 국회에서 의결된다면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0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불발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재추진 중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과 리쇼어링 정책의 적극 추진을 표방하는 것과 달리 기업에 부담을 주는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법)’을 제정한 바 있다. 법 제정 이후 총 71개사가 유턴했는데 그나마 보조금 지원 규정이 까다로워 10개사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기업의 적극적인 리쇼어링을 지원하는 미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미국 의회는 올해 코로나19 발생으로 약 250억달러 규모의 리쇼어링 펀드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6년 267개사 2017년 624개사, 2018년 886개사가 본국으로 유턴했다.
반면, 한국은 2018년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유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규정도 산업현장에선 까다롭게 집행되고 있다.
한국은 법인세의 경우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하고 국내 신증설하는 경우 5년간 100% 감면해준다. 또 해외사업장을 축소하고 국내 신증설하는 기업에 3년 100% 감면해준다(지방 복귀시 5년 100% 감면).
그러나 제조업과 지식서비스업 등 대상이 한정돼 있고, 2년 이상 해외사업장을 운영했어야 하는 조건도 있다. 또 해외사업장 생산량 25% 축소와 국내 사업장 상시고용인원 20인 이상 추가 고용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러한 요건이 구비되더라도 보조금 지원 타당성 평과를 최종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중소기업에게는 이러한 요건이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3년 이후 1호 리쇼어링 업체였지만,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상시고용인원 20인 추가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유턴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해외보다 높은 인건비용과 노조 문제 등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내 여건은 해외진출 국내기업의 리쇼어링을 막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은 이전비 등 비용문제가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기업만 못한 정부지원에 맞추기 어려운 조건은 국내 기업의 유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