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 외감입찰 떨어뜨린 예탁원 "부적격자"
빅4 입찰자 中 부적격 평가 안진뿐
안진 금투업 유관기관 수임 '제로'
2021-07-02 조준영 기자
[매일일보 조준영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이 빅4 회계법인에 드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 선정 입찰에서 떨어뜨리면서 '부적격자'라는 평가를 내렸다.
과거부터 안진회계법인은 금융투자업 유관기관 외부감사 입찰에 유독 약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한국금융투자협회는 모두 안진회계법인을 제외한 다른 빅4 회계법인에만 외감 용역을 맡기고 있다.
◆빅4 입찰자 中 부적격자 안진뿐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오는 2022년까지 3년 동안 회계감사 용역을 맡길 외감인을 6월 말 선정하면서 안진회계법인을 '협상평가부적격자'로 점수를 매겨 탈락시켰다. 외감 용역 입찰에는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삼일회계법인을 뺀 삼정ㆍ한영ㆍ안진회계법인이 제안서를 냈고, 예탁결제원은 삼정회계법인을 새로운 외감인으로 뽑았다.
한영회계법인도 입찰에서 떨어졌지만, 부적격자 평가를 받지는 않았다. 안진회계법인은 자사만 부적격자로 점수를 매기자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해졌다.
예탁결제원은 이번 입찰을 6월 11일 처음 공고했고, 같은 달 22일까지 제안서 접수를 마쳤다. 우선협상자 선정과 기술ㆍ가격 협상은 저마다 그달 29일과 30일 진행됐다. 외감 용역 대가는 2022년까지 3년 동안 4억8000만원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적어도 15년 넘도록 예탁결제원으로부터 일감을 못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2005~2010년, 삼정회계법인은 2011~2016년, 한영회계법인은 2017~2019년 예탁결제원 외감인이었다.
◆안진 금투업 유관기관 수임 '제로'
안진회계법인은 삼성증권을 포함한 다수 금융투자사 외감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금투업 유관기관과는 인연이 없다. 거래소와 코스콤, 증권금융은 나란히 한영회계법인에 회계감사를 맡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외감인은 삼일회계법인이다. 빅4 회계법인 가운데 안진회계법인만 금투업 유관기관 외감인으로 이름을 못 올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제안서 기술평가점수(80점)와 입찰가격평가점수(20점)를 합쳐 외감인을 뽑고 있다. 입찰 업체에는 모두 독립성을 요구한다. 예탁결제원과 회계법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도 필요하다. 최근 3년 사이 자산총계 3조원 이상인 증권사ㆍ자산운용사 또는 거래소와 금투협, 증권금융에 대한 감사업무를 맡았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금투업 유관기관 외감은 국회 국정감사나 감사원 감사 대상이기도 하다. 독립성ㆍ전문성을 회계법인에 상대적으로 높게 요구할 수밖에 없고, 안진회계법인은 이런 기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감사원은 2010년 과다한 외감 비용을 지급한 예탁결제원을 적발했다. 당시 예탁결제원은 최저가를 제시하거나 평가결과 최고점을 받은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지 않았다. 대신 대형 회계법인 가운데 평균 입찰가에 가깝게 제시한 곳을 낙찰자로 뽑았다. 감사원은 이러는 바람에 적지 않은 돈을 불필요하게 썼다고 지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