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개성공단, 어떻게 되나

南北 인원 철수…사태 장기화시 금강산처럼 폐쇄 수순 밟을 듯

2013-04-29     국제부
[매일일보] 남북 협력의 유일한 통로였던 개성공단이 사실상 기약없는 '동면상태'에 들어갔다.우리 정부의 '잔류인원 귀환' 결정에 따라 지난 27일 남측 인원 126명이 내려온 데 이어 29일 나머지 인원 50명까지 귀환하면 개성공단은 착공 10년 만에 텅 빈 상태가 된다.이제 관심은 개성공단이 이대로 영영 문을 닫게 되는가에 쏠린다.개성공단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에 이은 유엔의 대북제재, 한미군사훈련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폐쇄 위기까지 몰렸지만 당장 폐쇄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지금까지 남북한이 모두 개성공단의 가동 중단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 돌리면서 먼저 폐쇄 조처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대변인은 지난 27일 "개성공업지구가 완전히 폐쇄되는 책임은 전적으로 괴뢰패당이 지게 될 것", "이제 완전폐쇄는 시간문제로 되고 있다" 등을 주장했지만 폐쇄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도 개성공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이에 따라 개성공단의 운명은 한반도 정세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단기적으로 5월 안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우선 가장 주목되는 것이 이달말 한미 군사훈련인 '독수리연습'의 종료에 따른 북한의 변화다.북한은 그동안 한미 군사훈련 기간에는 남북대화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고 최근에도 독수리연습을 염두에 두고 "진심으로 대화를 바란다면 여태껏 우리를 반대하여 벌여온 반공화국 도발 책동을 당장 중지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북한의 이런 언급은 독수리연습이 끝나고 나서 5월에는 남한과 미국을 향한 위협적 행보를 줄이고 경제 문제에 신경 쓸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북한은 내부적으로도 5월에는 본격적인 모내기에 들어가는 등 '먹는 문제' 해결을 위한 농업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북한 매체들이 2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민종합편의시설인 '해당화관'을 방문했다고 보도한 것도 북한이 유화적으로 바뀌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김정은이 지난달 11일께 군부대 시찰 중 룡정양어장을 방문한 뒤 40여일만에 경제현장을 방문한 것이다.북핵 6자회담 의장국이자 북한의 최대 우방인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북한 매체는 지난 1월 말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발표된 뒤 뜸했던 중국 뉴스를 최근 다시 늘리면서 북한과 협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다.특히 조선중앙TV는 27일 기록영화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창건 81주년(4월25일)을 맞아 국방위원회가 개최한 연회에서 류훙차이(劉洪才) 북한주재 중국대사와 웃으며 인사하는 장면을 내보냈다.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중간 고위급 교류가 이뤄지고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설득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또 일각에서는 남한 정부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해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초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동북아국가간 다자협력방안인 '서울 프로세스'를 제안하면서 한반도 대결 국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사태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4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처럼 '폐쇄'라는 비참한 운명을 맞을 수 있다.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의 대변인은 27일 "개성공업지구가 폐쇄되면 막대한 손해와 피해를 볼 것은 남측이며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며 "오히려 우리는 그동안 내주었던 개성공업지구의 넓은 지역을 군사지역으로 다시 차지하고 서울을 더 바투 겨눌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북한이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을 다시 군사지역으로 돌릴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북한이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1년9개월 만에 남측 재산에 대한 동결·몰수 조치를 단행한 것처럼 북한도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남측 시설을 몰수하고 폐쇄를 선언할 공산이 적지 않다.서울=연합뉴스[매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