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의혹' 예탁원, 펀드관리 수수료 5년새 45% 불려

경쟁사에선 불가능한 "원스톱 서비스" 포장 기본적인 금투협 규정조차 지켜졌는지 의문

2021-07-06     조준영 기자
  [매일일보 조준영 기자] 한국예탁결제원이 옵티머스 사태 책임론을 불러온 펀드사무관리사업으로 5년 만에 45%가량 많은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관련수입만 눈덩이처럼 불렸을 뿐 펀드사무관리자 의무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을 낳을 수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사무관리사업을 겸업해온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자산명세서를 만들면서 편입채권 발행자를 실제 업체 대신 공기업으로 잘못 적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수천억원대 펀드 환매를 중단하기 전 작성한 펀드자산명세서에는 한국도로공사 또는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같은 공기업 관련채권을 매수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반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상장돼 있지 않은 일반기업 사모채권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예탁결제원까지도 금융감독원 검사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이유다. ◆경쟁사보다 나은 원스톱 서비스 포장 예탁결제원은 펀드사무관리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사보다 나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자산운용사는 펀드자산명세서 작성을 포함한 펀드사무관리를 예탁결제원과 같은 펀드사무관리사에 맡겨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펀드사무관리사업을 개시한 2000년 6월 "기존 민간 펀드사무관리사는 주식발행이나 명의개서, 주주명부관리업무를 예탁결제원에 재위임해야 한다"며 "예탁결제원은 이런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원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옵티머스 사태에서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주체는 투자자뿐이 아니다. 펀드 판매사와 펀드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사(은행), 펀드 장부를 관리하는 사무관리사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더욱 눈에 띄는 곳은 예탁결제원이다. 투자자와 펀드 판매사 사이에서 동시에 비난을 받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기업 대신 일반기업 채권에 투자한 사실을 수탁사인 은행에 통보했고, 예탁결제원에도 관련 채권을 사들인 계약서 사본을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반면 예탁결제원은 이를 공기업 매출채권으로 등록했다. ◆수탁수수료 작년 순이익 5분의 1 차지 예탁결제원은 펀드사무관리를 대리해주는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이메일을 확인했지만, 해당채권 발행주체를 확인할 의무는 없었다는 것이다. 예탁결제원이 펀드관리를 포함한 일반사무수탁수수료로 벌어들인 돈은 2019년 84억원으로 순이익에서 약 17%를 차지했다. 5년 만에 45% 가까이 늘었다. 예탁결제원 임원이 받은 연봉은 같은 기간 2억6082만원에서 4억1134만원으로 58%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정규직에게 돌아간 돈은 4%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를 가장 많이 판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는 얼마 전 피해자 측에 보낸 서신에서 "예탁결제원이 자산운용사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바꿔 펀드명세서에 등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금융투자협회는 펀드사무관리사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펀드사무관리사는 달마다 수탁사 잔고와 비교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탁결제원을 세운 목적을 보면 펀드관리사업은 부업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주식ㆍ채권 중앙예탁결제기구다. 예탁결제원은 민간 펀드사무관리사와는 달리 관련부서 인력을 순환보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펀드 장부를 검증할 만한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