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개성공단 철수 ‘초강수’ 둔 이유는
‘새정부 길들이기’ 시도 차단 조치… 경고메시지 해석
2014-04-29 김영욱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체류인원 철수 결정이라는 대북 강경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북한의 ‘남한 새 정부 길들이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해석된다.집권 초반부터 북한 의도에 끌려들어가기보다는 확고한 원칙을 유지함으로써, 오히려 북한 지도부에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 진전 여부의 ‘시금석’으로 인식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비롯한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북한은 박근혜정부의 대북 기조가 이명박정부의 봉쇄정책이 아닌 만큼 결코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당분간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와의 기 싸움에서 눌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번 조치로 확고하게 보여줬다.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로의 합의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에서 이제 세계 어느 누가 북한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라며 북한측에 불쾌감을 드러냈다.앞서 지난 24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을 통해서도 “우리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대화 수용을) 기다리고 있고 북한의 올바른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무원칙한 퍼주기로 더 큰 위기를 초래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가 한 발언은 신뢰해도 좋다”고도 말해 개성공단에 대한 강경 입장을 사전 예고한 바 있다.결국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단기적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강수를 택한 것은 어떤 반대급부도 ‘자국민 보호’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점을 대북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 북한의 행동에 인내가 바닥났으며,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의미다.박 대통령도 그동안 “북한의 도발엔 강력히 대응하되, 그들이 올바른 선택의 길로 나선다면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아울러 박 대통령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절대로 ‘보상’하지 않겠다는 점 역시 강조해 왔다.
북한의 태도 및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당근과 채찍’(대북 유화책과 강경책)을 모두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이 같은 기조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우리 측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출경(出境)을 불허하고, 북측 근로자까지 철수시킨 것은 분명히 공단 운영에 관한 남북 간 합의사항을 파기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으로서는 ‘대화와 도발 억지’로 상징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펼칠 공간이 좁아지면서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낮은 수준의 경제협력이나 국제사회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지원은 지속하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라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이 이번 사태로 일정정도 어그러졌기 때문이다.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는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문제조차 풀지 못하면서 어떻게 장기적인 한반도 평화체제를 도모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이 같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29일 “한반도 평화체제의 기본 전제가 북한 비핵화인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진행되는 북한 행동을 무조건 묵인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