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휴가 트렌드] 하늘길 열려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이 ‘대세’
7·8월 국내 숙박 예약률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 펜션·호텔 등 독립된 공간 선호…에어비엔비 이용률↑ 丁총리 “하늘길 열린 건 긍정적이나 가급적 자제해야”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막혔던 하늘길들이 속속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해외 각국에서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사실상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하는 등 많은 후속 제약들이 뒤따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일부터 인천~난징 노선 운항을 재개하는 등 가까운 중국부터 멀게는 스페인, 영국 등 유럽까지 하늘길이 열리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 3월말부터 중국으로 향하는 모든 국제 항공편을 항공사 한 곳 당 1개 도시 주 1회로 제한하는 ‘1사 1노선’ 정책을 시행하는 등 관광객 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3사가 일주일에 각각 한 편씩 중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여름 한국인들은 국내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는 7·8월 국내 숙박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5·6월 두 달간 예약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야놀자는 “해외여행이 사실상 금지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휴가철 여행 수요가 국내에 집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16.9%)와 경기도(14.9%)가 가장 인기였다. 전통적인 여름 인기 여행지인 제주도(14.3%)와 부산(9.8%)도 순위권에 포함됐다. 전라남도(8.1%)가 최초로 5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5위였던 서울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숙소 유형별로 보면, 펜션(43.8%)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타인과 접촉 가능성이 낮은 독채형 숙소에 대한 선호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위는 호텔(33.5%)로, 해외여행 대신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여행객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대만을 여행을 계획했던 이 씨(31·여)도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편이라 올 여름도 어김없이 타국 여행을 기획했지만 아무리 항공 노선이 풀려도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다”라며 “서울 근교 여행이나 최근 특가 상품으로 판매하는 호텔 숙박권을 이용해 여름휴가를 즐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국내 여행을 즐기는 내국인들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의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숙박 예약 사이트 중 에어비앤비의 검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방역과 위생에 있어 전문적이지 않은 개인 집이나 소규모 숙소 이용을 꺼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엇갈린 결과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은 “주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에어비앤비 고객이었다면 지금은 지난해와 근접한 수준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서울 등 대도시 이외에 산지와 해변 등 숙소 예약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다가오는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최근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국 국민의 입국을 허용한 것과 관련해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정 총리는 “터키 등 일부 국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코로나19 보상금까지 내걸고 있다”며 “유럽 하늘이 열리는 것은 반갑지만, 전 세계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걱정과 우려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께서는 가급적 해외여행을 자제해 주시고, 불가피한 경우라도 국가별 방역정책을 정확히 확인한 후 방문해 달라”며 “외교부는 국가별 입국조건 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