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철수…남북관계 ‘블랙아웃’

지난달 군통신선 차단에 이어 연락채널 모두 단절…사소한 오해·충돌이 전쟁 불씨 될 수도

2013-04-29     장야곱 기자

[매일일보]개성공단에 남아있던 남측 인원이 29일 모두 철수하면서 남북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암흑의 시기가 되돌아왔다.

1971년 9월 적십자 채널인 남북판문점 직통전화가 개설된 이래 42년 만의 대사건이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기에 처음 이어졌던 남북간 소통채널이 딸인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기에 완전히 가동 중단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남북간 소통로의 부재로 사소한 오해와 충돌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한미 키리졸브 훈련에 반발해 지난달 11일 적십자 채널인 남북 판문점 직통전화를 끊었고, 27일엔 군 통신선마저 일방적으로 단절했다. 이후 개성공단은 남북간에 남아있는 유일한 대화채널로 남아있으면서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통행제한 조치와 정부의 남측 인원 완전 철수로 개성공단은 2003년 6월 착공 이후 처음으로 남한 사람이 1명도 남지 않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고, 정부가 단전과 단수조치까지 취하게 되면 전등불빛마저 사라지면서 사실상 ‘폐공단’이 될 운명에 처했다.

개성공단이 완전히 가동을 멈추면서 남북간의 소통채널도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됐다. 공단에 체류하는 인원이 ‘제로(0)’가 되면서 그동안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과 연락을 주고받던 채널이 끊기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개성공단의 가동이 멈췄다는 것은 남북간의 신뢰 수준이 밑바닥까지 추락했다는 뜻”이라며 “이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아무런 소통이 없던 남북은 1971년 9월 20일 열린 제1차 남북적십자 예비회담에서 의사소통로의 필요성에 공감, 이틀 뒤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 사이에 전화 2회선을 개설해 첫 통화를 시작했다.

직통전화 개설 이후 적십자 회담이 본격화되면서 남북 적십자는 판문점에 대표부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남북대화 시대를 열었고, 2005년 8월에는 동서해지구 군통신선이 개설돼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정보를 교류해왔다.

지난 2009년 3월 한미연합훈련 ‘키 리졸브’에 대한 반발로 군통신선을 차단했다가 복구한 바 있는 북한은 지난달 27일 남북 간을 연결해온 유일한 연락채널이었던 남북 군사당국간 통신선을 완전히 차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