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인국공 사태와 양극화

2021-07-09     매일일보
원동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자 비난 여론이 뜨겁다. 여기에 더해 인국공 소속 정규직과 전환 대상자인 비정규직 사이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는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한 데서 비롯됐다. 이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이었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 등 차별 해소라는 명분에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과 인원, 그리고 절차 등에서 정규직들은 ‘무임승차’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비정규직들은 일반직(정규직)과 같은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노·노’ 갈등이다. 이러한 노·노 갈등은 인국공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보면, 양측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현재 재판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정규직이 평등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는 지난 2018년 4월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아직 심리 중에 있다. 정규직의 반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무산 된 사례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조가 비정규직 직접고용 찬반 설문조사를 벌여 직접고용 반대가 전체 75%를 넘었고, 이에 따라 콜센터 직원의 직접고용 사업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정규직 직원에 반대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이 무산된 최초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정규직 전환에 속도를 낼수록 공공기관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노 갈등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기업의 속성은 매출증대, 비용감축, 이익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속성을 고려해 볼 때, 일정 부분 정부의 통제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으로 넘쳐 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와 관련, 필자가 글을 쓰면서 자료를 보며 눈을 의심한 것은 민간 기업도 아니고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853개 공공기관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 인원이 가장 많은 공공기관은 한국전력공사로 8237명에 달했다. 한전의 2020년 3월 현재 직원수는 2만2237명이다. 이어 한국도로공사(6959명), 한국철도공사(6163명), 인천국제공항공사(4810명), 한국공항공사(4161명), 한국토지주택공사(2952명), 강원랜드(2458명), 한국수력원자력(2312명), 12,980명 중소기업은행(2145명), 한국마사회(1937명) 순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중인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문제의 판결이 궁금해진다. 우리 헌법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볼 것이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회 양극화 문제를 헌법 정신에 비추어 어떻게 판결 할지 결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