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대책 우회로 막겠다’ 증여취득세 배 이상 높아질 듯
다주택자 ‘처분’ 대신 ‘증여’ 매물 잠김 현상
정부 “검토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발표할 것”
2021-07-12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는 우회로를 선택하며 ‘매물 잠김’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가 증여취득세를 인상하는 보완책을 곧 발표할 전망이다. 증여취득세는 현행보다 두 배 이상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7.10 대책 때 이미 부작용 예상
12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증여취득세를 대폭 인상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곧 발표할 전망이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7.10 대책으로 대폭 늘어난 양도소득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앞서 7.10 대책 발표 당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여세와 양도세 차이가 없어지면 차익을 포기하면서 (주택) 증여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정부 안에서도 그러한 측면에 대한 지적과 점검이 있었다. 오늘 발표하지는 못하지만 증여 쪽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금 별도로 검토하고 있다.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추가적으로 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도세 강화하며 처분 유예기간 줘
정부는 7.10 대책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강화하는 동시에 양도세도 대폭 상향조정했다. 이는 종부세를 올리는 대신 양도세는 낮춰야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과는 정반대의 대응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정부로서는 이번에 종부세율을 인상하면서 투기적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양도세도 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양도세를 인상했을 때 생기는 주택 매물 잠김의 부작용에 대해 고민했다. 그래서 이번에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설정했다”며 “내년 6월 1일까지는 양도세 부담을 감안해 주택을 매각하라는 사인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도세 낼 바엔 증여세 내고 만다”
이는 다주택자에게 양도 차익이라는 ‘당근’을 제공해 주택 처분을 유인하는 대신 유예기간 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양도세 폭탄이라는 ‘징벌’을 가하겠다는 방식으로 처분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징벌적 양도세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시장에서는 7.10 대책 발표 직후 다주택 보유자들이 내놓은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배우자나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양도 차익을 얻지 못할 바엔 증여세를 내고 가족에게 주택을 증여해 종부세 폭탄을 피하는 동시에 향후 이익을 노리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증여 취득세 인상해 우회로 차단할 듯
정부가 곧 발표할 증여취득세 대폭 인상은 이 같은 시장의 반응을 겨냥한 것이다. 증여취득세를 대폭 올려 우회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안팎에서는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율을 현행보다 배 이상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 부동산에 대한 현행 취득세율은 기준시가의 3.5%(농어촌특별세·지방교육세 포함 시 4.0%) 수준이다. 이를 배 이상 올릴 경우 7.10 대책 내 2주택자 이상에 대한 취득세율에 버금가는 수준이 예상된다. 7.10 대책에는 1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해 2주택자가 되는 경우 취득세율을 현행 1∼3%에서 8%로, 3주택 이상은 12%로 대폭 끌어올렸다.
정부 안팎에서는 또 현행 5년으로 돼 있는 이월과세 규정을 고쳐 부동산 증여 유인을 줄이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이월과세 규정이란 정해진 기한을 다 채우지 못하고 증여받은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증여 이전 최초 취득가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한편 다주택자의 꼼수 증여를 막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증여세를 올리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가업상속, 주식 및 현금증여와 맞물려 있어 정부가 선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