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논란에 NYT "한미 간 간극"
주한美사령관 "구국의 영웅"
진보진영 "독립운동가 탄압"
2021-07-12 박지민 기자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최근 별세한 백선엽 장군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 극심한 대립 양상이 펼쳐지자 미국 내 여론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지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백 장군 논란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현대사 해석에 대한 간극을 부각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11일자(현지시간) 보도에서 그를 '영웅'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에서 일어난 백 대장 논란을 소개했다. NYT는 "백 장군은 미군과 한국군에게는 한국전쟁 영웅으로 대우받지만 국내적으로는 깊은 분열의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전쟁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치열하게 싸운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고국에선 매우 분열적 인물"이라며 "백 장군을 영웅으로 대할지 반역자로 대할 것인지는 한국과 미국의 현대사 해석에 대한 간극을 부각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백 장군 별세 소식에 대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진심으로 그리워질 영웅이자 국가의 보물"이라며 "백 장군은 오늘날 한미동맹을 만드는 데 공헌을 했다"고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는 백 장군을 만나 자신이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 측 평가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진영 간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린다. 앞서 한국시간 11일 정치권은 백 대장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놓고 상반된 입장 차를 보였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백 대장의 서울 국립현충원 안장 무산에 대해 "국군의 아버지이자 6·25 전쟁의 영웅인 백장군을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에 모시지 못한다면 이게 나라냐"며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따로 입장이나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이에 친일행적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의당은 "백선엽씨는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이 조선독립군 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세운 간도특설대에 소속되어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장본인"이라고 현충원 안장 자체를 반대했다.
여야에 이어 군 관련 단체들도 온도 차가 갈라졌다. 12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하면서 독립군을 토벌하던 악질 친일파를 후대에 6·25 공로가 인정된다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이 정령 나라다운 나라인가"라며 대전현충원 안장을 반대했다. 군인권센터도 성명에서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육군 예비역 단체인 대한민국육군협회는 "백 장군은 6·25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전쟁 영웅이자 구국의 영웅으로 일평생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다 호국의 별이 됐다"며 백 장군을 서울 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