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검사장도 못 믿는 검찰 수사…“제도와 원칙 지켜야”
2020-07-14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검찰의 수난 시대다. 검언유착에 대한 의혹과 법무부 장관에 대한 조직적 반발 등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기소권 독점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집단이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을 남용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도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번째 공약이었다.
공수처 설치와 함께 검찰 개혁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 검찰청 내 수사심의위원회다. 정부는 지난 1996년 참여연대의 입법 청원으로 첫 공론화된 공수처 설치를 23년 만에 법제화한 것은 물론, 수사심의위를 설치해 미국의 대배심과 같이 시민의 사법 참여를 통한 수사결과의 신뢰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와 원칙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그간 수사심의위가 열린 8차례 사례에서 검찰은 모두 수사심의회의 결론에 따랐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건에 대해서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불법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1년 8개월간의 수사 기간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려 했지만, 지난 6월 26일 열린 수사심의위에서는 10대 3이란 압도적 결과로 불기소 권고가 내려졌다.
이후 3주가 다 되어 가지만 검찰은 여전히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소를 결정하면 수사심의위 제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고,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 1년 8개월간의 수사에 대한 검찰 신뢰가 의심받게 되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최근 검언유착과 관련한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이 공정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검사장이 수사 형평성을 언급하며 불공정 수사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검찰 내 공정 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검찰 개혁 취지로 검찰 내에서 수용한 수사심의위라는 제도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장치다. 물론 일반 시민들의 비전문적 시각으로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최소한 일반 시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판단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제도와 원칙에 대한 존중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스로 세운 제도와 원칙을 무너뜨린다면 이 역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권력이란 제도와 원칙을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이를 지킬 때 얻어지는 신뢰에서 나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검사장마저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신뢰에 의심을 갖게 한다. 동료의 신뢰조차 얻지 못하는 집단이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수사심의위가 전문성은 떨어질 수 있어도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도와 원칙을 지킨다고 검찰의 존엄이 무너지진 않는다.
오히려 이를 지키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