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8720원… ‘1.5%’ 역대 최저 인상률

사용자측 동결‧인하 요구에 가까워… 文 정부 공약 1만원 사실상 실패 산‧학계서 마이너스 경기 전망 내놔… 실업자‧실업률 역대 통계 최고치

2021-07-14     신승엽 기자
14일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대립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정해졌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금융위기(IMF) 때보다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올해(8590원)보다 130원(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그간의 급격한 인상률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노동계의 반발에 불구하고 사용자 측의 반대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무너진 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은 이유로는 국내 경기 침체가 꼽힌다. 국내 경기 침체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1%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0년 2‧4분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3.7%로 예측됐다.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명목 임금 상승률이 하락하고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발생한 하방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내수 침체와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기 위축으로 -18.7%를 기록하고, 건설 투자는 공사 차질과 부동산 억제 정책에 따라 –13.5%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됐다.  대외적으로는 수출 주요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졌을 뿐 아니라 무역분쟁까지 지속돼 하반기에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실질 수출도 -2.2%로, 역성장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실질 수출은 경제 위기 때마다 경기 반등의 효자 역할을 해왔다.  고용유지 측면도 역대 가장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용자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내수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한계점을 내세웠다. 이미 오프라인 중심의 경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점에 인건비가 가중되면, 더 이상 지원금으로는 이들의 수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인건비의 상승은 문 정부가 구상한 그림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9%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순위다. 이미 최저임금이 지난 2018년과 2019년 각각 16.4%, 10.9%씩 올랐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인상률은 32.8%에 달한다. 이에 따른 사용자 측의 인건비 부담이 연일 가중되고 있어 고용을 축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 축소는 통계로도 발표됐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69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 3월(-19만5000명), 4월(-47만6000명)에 이어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가 석 달 연속 감소한 것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월(연속 4개월)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15세 이상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오른 4.5%, 실업자는 13만3000명 늘어난 127만8000명에 달했다. 실업률과 실업자 수 모두 통계 작성 기준이 바뀌었던 1999년 6월 이후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지급된 고용유지지원금으로도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경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확산되면서, 사용자 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삭감 및 동결을 요구해왔다. 한 경제계 전문가는 “그간의 최저임금 설정 논의를 봤을 때 동결과 삭감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간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정부 특성상 이번 결정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미 국내 경기는 코로나19 사태에 침체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소비시장의 위축과 함께 고용유지에는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학계에서도 역성장을 예고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 점도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