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철학 부재 노출한 양도소득세 뒤집기

2020-07-19     황인욱 기자
[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양도소득세 부과로 논란이 되었던 금융세제개편안이 재차 수정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양도소득세 철폐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양도소득세 철폐에 마땅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투자자들을 응원해야 한다는 두루뭉실한 ‘치어리딩’만 있을 뿐이다. 세제안을 두고 손바닥 뒤집기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정부의 경제 철학 부재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를 개인투자자에게 까지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양도소득세 수정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세재개편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받쳐주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덧붙였다. 금융세제 개편안 초안에서 이 같은 의사가 반영됐다면 자본주의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는 정부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단지 비난을 회피하려는 임기응변으로 비춰진다. 주식으로 2000만원을 벌면 4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양도소득세안을 두고 투자자들은 약 한달간 격렬한 반대의사를 보여왔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누구 아아디어냐”는 항의 청원이 줄을 이었다.   주식양도세와 증권거래세를 함께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라는 구조적인 지적부터, 손실 났을때는 보상해줄 것이냐는 감정 섞인 비판도 이어졌다. 세금을 쉽게 더 걷어가려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투자자도 있었다. 정부는 형평성이라는 가치 실현을 세제개편안의 근거로 들었다. 발표 당시 기재부 설명에 따르면 양도소득세 도입은 금융 세제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취지다. 기재부는 모든 금융상품 수익은 과세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러나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기재부의 당초 의도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국민을 생각하는 문 대통령의 따뜻한 마음만이 담겨있다. 금융 세제 형평성이 맞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이해해야할지 고민이다.  문 대통령은 “모든 정책은 국민의 수용성이 있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수정하는 정부의 열린자세 만큼이나 경제정책 철학도 눈부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