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인영의 ‘노둣돌’ 北도 주시할 것이다
2021-07-19 송병형 기자
이번 주 청문회 정국이 시작된다. 20일 가장 먼저 열리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청문회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관련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이어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고, 27일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다. 이 후보자나 박 후보자 청문회는 김 후보자 청문회와는 성격도 다르고 의미 또한 다를 전망이다. 북한이 두 후보자의 답변을 예의주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자 청문회에 앞서 열리는 이 후보자 청문회는 대북정책에 대한 이 후보자의 비전과 의지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물론 도덕성 검증에 소홀해선 안 되겠지만,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 이 후보자에 대한 평판을 고려하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현재 아들 유학과 관련해 다소 논란이 있지만 이 후보자가 충분히 해명하리라 본다. 그러니 청문위원들도, 이 후보자 본인도 지리한 도덕성 검증 공방보다는 현재 남북관계가 처한 엄중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청문회를 준비하리라 기대해 본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 후보자가 그 누구보다 민족 화해와 협력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20대 국회 전반기와 후반기 4년에 이어 21대 국회 전반기에도 외교통일위원회를 선택했고, 2017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민통선 통일걷기 행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원내대표로 활동하던 지난해 이맘때에도 통일걷기로 휴식을 대신했으며, 원내대표 고별 기자간담회에선 “임기를 마치면 민통선 트래킹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제 이 후보자는 민통선 트래킹보다 더욱 의미 깊은 트래킹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당일 “평화의 문이 닫히기 전에 다시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지명절차에 응했다”며 “우리가 다시 평화로 가는 오작교를 다 만들 수는 없어도 노둣돌 하나는 착실히 놓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북 대화 복원’을 꼽았다.
이 후보자는 남북회담본부 첫 출근 때도 “제가 통일될 때까지 통일부 장관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노둣돌 하나를 착실하게 놓겠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첫 번째 노둣돌을 놓는다면 다시 냉랭해진 관계가 대화를 복원하는 이런 과정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특히 “북이 때로는 남북 간의 대화를, 때로는 북미 간의 대화를, 경우에 따라서는 병행하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선후로 접근해 오기도 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 간의 대화, 북미 간의 대화, 이런 것들이 끊기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말한 대로 지금은 ‘대화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이 관건이다.
다행히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발언들의 행간을 살펴보면, 북미 모두 미국 대선 이전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미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북한과의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한다’는 말도 나온다. 18일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가 아닌 ‘전쟁 억제력’으로 수위를 낮춘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