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전면도입 후퇴 조세원칙 훼손”
정부, 개인투자자 양도세 부과 두고 오락가락
“청와대와 여당, 부처간 조율 기능 미흡” 지적
2021-07-20 홍석경 기자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정부가 투자자들의 주식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 방안을 두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되레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202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등 기획재정부의 금융세제 개편 방향을 사실상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정부의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침이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달 17일 금융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한다”고 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으로 2000만원 넘게 번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00만원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정책방향이나 내용을 발표해 놓고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드물다. 그럼에도 최근 굵직굵직한 정부 정책 발표 후 문 대통령의 지시로 수정되는 일이 잦아지자 청와대의 사전 정책조정 기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하되 증권거래세는 폐지하지 않고 0.25%에서 0.15%까지 낮출 계획이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기본공제 2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에 달하는 세금을 새로 적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2년간 총 2조40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이란 게 기재부 추산이다.
시민사회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주식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내용의 금융세제 개편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는 19일 “최근 부동산을 둘러싼 논란이 시민들에게 민생고 ‘사태’이듯이 대통령이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중단시키는 일 역시 세금정의 실종 ‘사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의중과 정책 수용자인 국민들의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여당과 부처 간 조율을 해야 하는 청와대 정책실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주요 정책을 발표하기 전 청와대와 여당, 부처간 조율하는 기능이 미흡해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 청와대 정책실의 존재감이 약화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주요 정책에 반발하는 20, 30대 지지층의 불만에 대해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책이 자주 수정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