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가격 인상 꼼수에 소비자만 '억울해'
원재료 비중 줄고 실적 좋아졌지만 가격 올려
[매일일보 정두리 기자] 지난해 식품업계의 매출 대비 원재료 가격 비중이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업계 주장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욱 커질것으로 예상된다.
2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상위 식품업체 20곳(빙그레 제외)의 매출액 대비 원재료 구입비중은 45.2%로 전년도의 46.9%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했다.
“생산비·원재료 인상 등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가격 인상”이라며 최근 원재료 가격 인상을 빌미로 식품가격 인상을 감행한 식품업체들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빙그레를 포함한 20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35조6613억6500만원으로 전년의 29조6310억1500만원에 비해 20.3%나 성장했다.
이들 업체의 작년 영업이익은 2조1705억8800만원으로 2011년의 1조8862억1500만원보다 15.1% 증가했다. 영업적자를 본 업체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매출액 1위인 CJ제일제당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3.8% 증가한 6155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대비 원재료 구매 비중은 60.8%에서 55.2%로 낮아졌다.
작년 21.6%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대상의 매출대비 원재료 구매 비율도 52.0%에서 50.9%로 떨어졌다.
농심(-1.4%포인트), 하이트진로(-6.2%포인트), 롯데제과(-7.6%포인트), 오뚜기(-2.2%포인트), 동원F&B(-0.1%포인트), 동서식품(-4.9%포인트), 크라운제과(-3.3%포인트), 대한제분(-10.6%포인트), 동아원(-1.4%포인트), 삼양식품(-0.4%포인트)의 원재료 구매비중도 낮아졌다.
반면 2012년 2637억32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오리온의 매출대비 원재료 구입비용 비율은 11.6%에서 18.0%로 높아졌고, 롯데칠성음료의 매출대비 원재료 구입 비중도 50.1%에서 50.5%로 소폭 상승했다.
삼립식품(0.6%포인트), 풀무원식품(1.3%포인트), 사조해표(1.4%포인트)의 매출액 대비 원재료 구매비율도 전년보다 올라갔다.
식품업체들은 올해 초 밀가루, 콩, 우유, 커피 등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를 들어 제품가격을 경쟁적으로 올린 바 있다.
오리온은 과자류 가격을 20∼30%, CJ제일제당·대한제분·동아원 등은 밀가루가격을 7∼9% 인상했다. 대상은 장류·조미료를 6∼8.9% 올렸고, 국순당은 백세주를 6∼7% 인상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33.8%의 엄청난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지난 1월 국제 원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밀가루값을 8.8%, 장류가격을 7.1% 각각 인상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원재료 가격이 올랐을 때는 곧바로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도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거나 구매비중이 줄어들어도 가격 인하는 더디기만 하다"며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고스란히 입으며 경제여건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