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공정택표 교육개혁' 사실상 좌초
교육계, "자진해서 사퇴하라" 압력 최고조
2009-06-11 이명신 기자
공정택 교육감, 항소심서도 당선무효형
[매일일보] 선거자금 불법 조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게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10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 교육감에게 원심의 판단이 적절하다고 보고 원심과 같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 교육감의 처 육모씨의 차명계좌도 실질적으로 육씨의 소유라 볼 수 있으므로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이 된다"며 "차명예금도 공 교육감과 관련돼 육씨에게 유입된 자금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금의 성격과 자금 내역, 공 교육감의 선거자금 조달내역 등에 비춰, 차명예금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공 교육감의 의사가 반영됐다"며 "공 교육감은 후보자 등록 및 재산신고 이전에 차명예금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공 교육감이 신고하지 않은 차명예금 4억3000여만원은 공 교육감 내외 전체 재산의 22%상당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며 "이를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알았다면 당시 후보자였던 공 교육감의 윤리의식과 재산형성과정의 위법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공 교육감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고, 교육감의 부재로 인한 교육행정의 혼선이나 갈등의 가능성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교육감 후보자에게 거는 일반의 신뢰를 져버리고 유권자들의 판단의 기초를 허물어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 교육감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제자인 종로 M스쿨 중구 분원장 최모씨로부터 1억984만원을 선거비용으로 무상 차용(정치자금법 위반)하고 후보자 재산등록 시 부인의 차명계좌에 보관하던 4억원의 예금을 누락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 1월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현행 선거법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선출직 공무원의 직위를 반납토록 하고 있다. 공 교육감은 이날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교육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날 선고 예정 시간 직전 재판장에 도착한 공 교육감은 "창피한 줄 알아라" 등 자신에 대한 일부 비난과 소란으로, 피고인 통로를 통해 겨우 법원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이처럼 공 교육감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그동안 공 교육감이 추진했던 서울시 교육개혁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공 교육감은 지난해 첫 직선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후 지난 1년 가까이 국제중과 자사고 설립, 고교선택제 등 서울 교육 근간을 흔들만한 교육개혁을 추진해 왔다.특히 고교선택제의 경우 지난 30년간 유지돼 온 '고교평준화'를 흔들 만큼 매우 충격적인 정책으로 평가를 받고있다.때문에 이번 판결로 공 교육감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돼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공 교육감은 당초 1심 재판 직후,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최근 자신에 대한 '사퇴설'이 제기되자,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뒤 변호사와 상의하겠다"고 밝혀 입장 변화가 예상돼 왔다.공 교육감이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면서 일부 교육단체들의 사퇴 압력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전교조 등 진보성향의 교육단체는 이날 오후 항소심 선고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고등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택 교육감은 이번 판결로 교육감 자격을 상실했다"며 사퇴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도 논평을 통해 "공 교육감은 국제중 신설과 근현대사 재선정 강요, 교사 징계 남발 등 교육현장을 더욱 황폐화시킨 장본인"이라며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지금 바로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전교조는 공 교육감의 항소심 판결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택 교육감의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그가 실시한 교육정책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면서 "공 교육감이 추진한 교육정책은 전면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그동안 공 교육감이 추진해 온 교육정책은 큰 틀에서는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지 않은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이미 개교해 신입생 300여명을 받은 국제중 두 곳(영훈중, 대원중)과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열게 될 사립형 사립고인 하나고의 경우 존립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학생 선발방식 등에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또 고교선택제의 경우에는 올 하반기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결과에 따라 세부규칙이 바뀔 수도 있고, 정책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다.'리틀 MB'라는 별칭을 가진 공 교육감이 현 정부의 '자율경쟁식' 교육정책을 충실히 수행해 온 만큼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서 '귀족학교'과 '사교육비 상승' 논란을 불러일으킨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한편 공 교육감은 10일 자신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과 관련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 교육감은 이날 재판 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예상 밖의 판결을 당혹스럽게 생각하며, 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