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스코의 영업적자, “현재 아닌 미래를 봐야”
2020-07-23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철강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포스코의 영업적자를 두 눈으로 목격할 정도니 철강업계의 어려운 사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포스코의 적자는 코로나19라는 폭풍우가 훑고 지나간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포스코는 지난 2015년 당기순손실 기록했을 당시에 비해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에는 계열사의 부실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번 별도기준 영업적자는 본업인 철강 부문에서 실적이 나빠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포스코는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본업인 철강 부문을 위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적자는 철강 부문의 악화에 기인한 것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동종업계 내 현대제철 역시 2분기 소폭 적자가 예상되는데, 국내 철강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극심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철강사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포스코는 선제적 자금조달 및 운전자본 감축을 통한 현금유동성 확보로 글로벌 철강사 중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S&P는 BBB+ Stable 등급을 매겼고, 무디스(Moody’s)는 Baa1 Stable 등급을 매겼다. 이는 일본제철이 받은 등급과 비교된다. 일본제철은 S&P로부터 BBB Negative, 무디스로부터 Baa2 Negative 등급을 받았다.
글로벌 메이저 철강사들이 이미 지난 1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사의 실적은 양호한 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스코의 2분기 적자는 국내 철강 산업의 위험 신호로 볼 수도 있지만, 향후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실적을 개선해 나갈지에 대한 펀더멘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철강업계가 자동차, 건설, 조선 등 후방 산업에 큰 영향을 받지만, 2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근 강세를 보이는 원료가격을 반영해 3분기부터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의 포트폴리오 구성도 나쁘지 않다. 포스코는 회복세를 보이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자동차강판 중심의 고가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WTP(World Top Premium)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적극 개발 판매해 수요 안정화와 미래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제철은 올해 하반기에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만년 적자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데, 이미 단조 사업과 전기로 기반 박판공장(A열연)은 사업을 접었다. 하반기에도 적자 사업군에 대한 정리 작업이 계획돼 있으며, 강관 사업 매각에 다소 애를 먹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악화로 인해 후방 산업 의존도가 큰 철강사가 적자가 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후 얼마만큼의 저력을 갖고 회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미 중국의 물량 공세에 고부가 제품으로의 전환 등 나름의 생존 방식을 찾아오고 있었다.
산업의 변화로 알루미늄이나 탄소복합소재 등 다양한 소재로부터 도전받고 있지만, 가성비라는 최대 장점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강의 지위를 보전해줄 수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도 이제 각자도생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누구 탓을 돌리기 전에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