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 ‘친환경’ 매몰되면 기업 발목 잡을 수도
석유수요 감소, 그린 뉴딜로 산업계 지형 바뀌면 가속화될 것
친환경 탈석유 기조 속에 환경 규제 신설되면 기업 부담 커질 전망
2020-07-29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그린 뉴딜’이 자칫 기업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책 목표가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집중되면서 석유화학업체를 중심으로 항공·자동차 업계 등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그린 뉴딜에 정유업계는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당장 정부의 호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정유사들은 스스로 고강도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손잡고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정유가 아닌, 전기차 산업에 진입해 향후 정유산업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오일뱅크도 그린뉴딜에 맞춰 IT와 친환경을 공정에 입히고 있다. 최근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 안전관리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전환(DT)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다시 플라스틱 원료로 만드는 기술을 관련 기업들과 준비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전기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 미래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정부의 그린뉴딜 발표에 발맞춰 “2025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2050년까지는 시내 운행을 금지하는 법 개정 추진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정유업계는 정부가 당장 정유 사업에 환경 부담을 경제 비용으로 환산해 물리는 등 패널티를 부과하지는 않겠지만 뒤따를 석유 수요 감소와 규제 환경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밖에 조선·해운·항공, 자동차 업계도 화석연료를 활용한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구조를 전기·수소·태양광 등 친환경 중심 구조로 바꿔야 하는 부담을 앉게 됐다. 유럽연합(EU)이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에 비용부담을 준 것 처럼 우리나라도 그린뉴딜로 향후 환경부담금이 산업 곳곳에 추가 신설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한 경제 전문가는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리는 기존의 산업군도 있지만, 정유나 석유 화학 같이 부정적 영향을 받는 산업군도 발생한다”며 “정부 정책의 추이를 보면서 기업들이 기민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기업들은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외에 그린 뉴딜로 촉발된 환경 규제가 강화될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화학물질 인허가 패스트트랙 마련’과 같은 개선 방안도 나왔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복잡한 절차와 과도한 비용지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그린’이 들어가면 환경 비용 부담이 커지고 규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환경규제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평소 발언과 상충돼 잡음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