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라떼’ 중기부, ‘쎈언니’ 박영선

2020-08-02     이승익 기자
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대통령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 것은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이 우리 경제의 새 주체임을 천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중소벤처기업부는 새 경제주체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강한 부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지만 강한 기업을 만들고 관점을 바꿔 변화와 혁신을 유도해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장을 받은 박영선은 이렇게 취임 소감을 밝혔다. 1년이 지난 지금, 박 장관은 당시 취임소감의 약속을 한 걸음씩 실천하며 중기벤처부를 대한민국 4차산업의 핵심 부서로 키워가고 있다. 이를 어필하듯 중소벤처기업부 홈페이지에는 ‘작은 것을 연결하는 강한 힘’이라는 슬로건을 핵심 키워드로 정했다.

文정부 들어 대한민국 산업지형도는 대기업 편중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1인 창업 위주로 가파른 속도를 내며 지각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언론인 출신이자 MB,삼성,최순실 등 민주당내에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소화했던 정치인 박 장관이 중기벤처부의 수장으로 온다는 소식에 대한 당시 언론과 해당부처 직원들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너무나 ‘쎈언니’ 이미지 탓이었을까.

그러나 박 장관은 그간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중소기업의, 중소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들을 펴나갔다. 그동안 대기업에 눌려 눈치만 보고 살았던 중소기업의 위상과 존재감은 날이 갈수록 두터워졌다. 덕분에 중소벤처기업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박 장관에 대해 대체로 높은 평을 한다. 하지만, 뼛속까지 보수적인 관료세계는 ‘쎈언니’ 박 장관도 어찌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점점 초심을 잃어 박 장관도 관료의 세계에 젖어든 것일까. 최근 중소벤처부가 주관한 행사에서 참여자들에 대한 복장과 박 장관 의전에 대해 말들이 많다.

중기부 행사에 참여하기로 여러 대표들은 “행사직전 드레스코드를 넥타이에 정장차림으로 요구해서 난감했습니다”라고 입을 모아 토로했다. 또 어느 대표는 “박 장관이 들어오면서 일렬로 기립해 줄을 세워 박수 갈채를 유도하는 공무원들의 구태의연한 자세에 아직도 우리나라 벤처기업을 관장하는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구나”라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전세계 코로나가 강타한 지금, 대한민국도 거센 파도를 비껴가지 못한다. 이럴 때일수록 비대면과 AI,원격진료,가상현실,스마트공장,로봇 등 다양한 4차산업 분야에 있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밑바닥 얘기를 듣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주며 이에 대한 탄력적인 지원을 해야한다. 더욱이 젊은 층의 실업대란과 40대까지 명예퇴직이 앞당겨 지는 요즘 이들을 위한 1인 창업 지원도 중소벤처부는 더 유연하고 치열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사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중소벤처부의 낮고 젊은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국가의 여러 부처가 있지만 중소벤처부가 특히 파격적이고 캐쥬얼해야하며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절대 경직돼 있는 부서 문화와 상하종속방식의 대화 구조로는 지금의 4차산업을 리드하기는 커녕 중소기업,스타트업,소상공인 위에 군림하는 관료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면,  39세 이하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에만 지원하는 편중된 정책자금 지원제도라던가 쌍팔년도식 의전행사만 치중하는 행사만 많아진다면 언젠간 중기청 시절보다 못한채 권력의 나팔수 역할만 하고 쓸데없이 강하기만 한 공룡부처가 될 것이 명약관화다.

혹시나 차기 서울시장을 출마하려는 박 장관의 공적과 ‘착한언니’ 이미지가 필요해 강한 부처를 만들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장관 자리를 내놓고 친정인 민주당 저격수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적어도 중기벤처부 사령탑은 정치인이 이력을 쌓기 위한 관문이 아닌 대한민국의 100년 먹거릴 고민해야 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층에서 급속히 번지는 “라떼는 말이야”의 꼰대 유행어가 박 장관을 비롯한 중소벤처기업부 공무원들에게 만큼은 비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