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미·중 갈등] 미·중 줄타기 韓 기업, “위기 속 기회 찾아야”
미·중 갈등, 한국기업에 기회요인, 위험요인 공존…수출 다변화는 필요
유럽 화웨이 퇴출, 인도 반중 정서 확대 등 기회…삼성전자 최대 수혜
미·중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정치적 압박 가능성…소탐대실 주의해야
2020-08-09 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미·중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보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강화되고 있는 리쇼어링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는 세계화 시대 모범국가였던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쟁 구도 재편 과정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서는 지난 1월 미·중 무역협상 관련 1차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과 홍콩보안법, 틱톡 문제 등 갈등 양상을 고려할 때 미·중 갈등의 장기화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갈등이 IT 기술패권 전쟁 등으로 확전되면서 한국 산업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에는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이 상존한다.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홍콩에 직접 진출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반도체 등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중국 제재 등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화웨이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업체 TSMC를 대신해 우리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요청할 수 있지만, 국내기업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중국과의 거래 확대로 시스템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까지 제재대상으로 확대되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다만 중국에 한국산 IT 장비와 소재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한국기업이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반대로 미국과 중국 어느 쪽으로 치우칠 경우 경쟁상대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기회요인의 사례로 최근 세계 5G 통신 장비 1위 업체인 화웨이가 유럽에서 잇따라 퇴출당하고 있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가 반사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반(反)화웨이 전선 참여 압박에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이 동참하면서 화웨이 배제에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압박과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영국 내 반중 정서가 커지면서 지난 7월 14일(현지 시각) 5G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루마니아, 스웨덴 등도 5G 통신망에 화웨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도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 등 유럽 통신기업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중국 상무부가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측 진영과 중국으로부터 모두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인도에서도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유혈 충돌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올라가는 등 반중 정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경우 무역갈등에 대처할 수 있는 방식이 한정되는 만큼,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이나 중국이 한국에 불공정 무역 조치를 시행했을 때를 대비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다른 국가나 세계 기구와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