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만 바꿔…중국산은 한국산

중국산 쌀 국산 햅쌀로 둔갑 ‘포대갈이’ 유통업자 적발

2014-05-07     민성아 기자

[매일일보] 값싼 중국산 쌀과 묵은쌀을 섞어 국내산 햅쌀로 속여 판매하는 등 일명 ‘포대갈이’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산 소금 수십톤을 국내산 천일염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한 가족사기단도 적발됐다.

7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중국산 쌀과 국내산 묵은쌀을 혼합한 뒤 재포장해 국내산 햅쌀이라고 속여 판 혐의(농수산물품질관리법 위반)로 M사 대표 홍모(40)씨와 M농산 대표 유모(4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씨 등으로부터 ‘포대갈이’를 한 쌀인 줄 알면서 이를 받아 유통시킨 업자 4명도 같은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경기도 남양주의 한 양곡장에서 중국산 묵은쌀 3천358포대와 값싼 국산 쌀 100포대를 혼합기로 섞어 국산 햅쌀로 둔갑시켜 수도권 일대의 마트와 식당 등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홍씨는 중국산 쌀을 포대(20㎏)당 2만6000원에 구입해 포대갈이한 후 3만2000원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모두 21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유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2∼3년 전에 나온 묵은쌀을 포대당 3만5000원에 구입해 ‘2012년산 쌀’이라고 속여 4만1000원에 파는 방식으로 모두 6760포대를 판매해 4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다.유통·판매업자 4명은 같은 기간에 유씨 등으로부터 ‘포대갈이’한 쌀을 받아 판매해 7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홍씨 등은 단속에 대비해 새벽이나 주말에 포대갈이 작업을 했으며 포대에 적힌 쌀 명칭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경찰은 국산 햅쌀이 시중 가격보다 싼 값에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쌀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이들의 범행을 밝혀냈다.동대문경찰서는 이와 함께 중국산 쌀로 밥을 지어 뷔페에 공급하고는 국내산이라고 원산지를 속인 혐의(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위반)로 예식장 업주 이모(58)씨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같은 날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위와 동일한 ‘포대갈이’ 수법으로 중국산 소금 수십톤을 국내산 천일염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한 혐의(농수산물 원산지 표시법 위반)로 김모(60)씨를 구속하고 김씨의 동생(50)과 매제 김모(5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 말부터 약 6개월 동안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의 비닐하우스 안에 작업장을 차려놓고 수입업체로부터 30㎏ 한 포대당 6000원을 주고 산 중국산 소금을 국내산 천일염 포대에 옮겨 담아 판 혐의를 받고 있다.이들은 바꿔치기한 소금 34t을 포대당 1만4000원∼1만7000원에 청량리 재래시장 일대 식자재 업체에 넘겨 18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김씨 등은 재포장 시설을 갖추지 않은 철거예정지 비닐하우스 안에서 대형 고무통에 소금을 쌓아 놓고 빈 세제통으로 퍼서 새 포대에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또 이 작업장은 물이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바로 옆에 석면 해체 공장이 있어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경찰은 전했다. 주범 김씨는 이번까지 같은 범행으로 5차례 적발됐고, 네 번째로 구속됐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출소한 지 닷새 만에 소금 포대갈이를 시작했다.한편 경찰은 압수한 소금 3t을 겨울철 도로 제설용으로 쓸 수 있도록 서울시 도로사업소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