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우리나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찾는다면 마힌드라 지분은 50% 미만이 될 것”이다. 지난 7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이자 마힌드라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파완 쿠마르 고엔카 사장은 인도 뭄바이에서 진행한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회사의 앞날에 대한 의견을 예고했다.
쌍용차의 기구한 운명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상처와 아픔뿐이다. 6.25전쟁 이후, 1954년 당시 25세 청년 하동환은 서울 마포에서 하동환제작소를 설립하며, 쌍용차의 시작을 알렸다. 1966년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베트남과 보르네오에 버스를 수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1977년 하동환은 회사를 동아자동차공업(주)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으나, 외부자금을 끌어들여 신차 개발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부담을 느낀 나머지 회사를 쌍용그룹에 넘겼다.
이후 동아차는 1988년, 상호를 쌍용자동차(주)로 변경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코란도 훼미리를 출시했다. 그러다 1992년부터 이어진 막대한 적자로 인해 결국 1997년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며 결국 1998년 대우그룹에 인수됐다. 그러나 1년 만인 1999년 대우그룹도 유동성 위기를 맞아 모회사 대우가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겪는다.
이후 쌍용차는 독자적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다. 그럭저럭 회생의 기미가 보이는가 싶더니 2004년 노무현 정부시절, 뜻하지 않게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다. 그러나 상하이 자동차 매각 후 신차 개발은 전혀 없었고, 어느새 쌍용자동차의 주력인 SUV 차량마저 현대차에 추월당한다. 결국 상하이 자동차 경영진은 기술만 유출하고 전형적인 먹튀 행각을 보이며 쌍용차를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까지 만들었다. 중국에 팔린 이후 쌍룡자동차는 ‘쌍놈자동차’ 라고 세간에 조롱을 받기도 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세계금융위기가 오며 유동성 위기를 맞은 쌍용차는 워크아웃보다 강도가 쎈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그러나 3년뒤, 2011년 쌍용차는 지금의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되며 법정관리를 탈피한다.
최근 마힌드라 그룹도 쌍용차의 깊어지는 적자에 더 이상 추가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며 사실상 대주주 포기 의사를 밝혔다. 쌍용차는 최초 설립이후 국내기업에 두 번, 해외기업에 두 번,법정관리, 워크아웃의 기업회생절차를 거치며 부모 없는 아픔을 겪었다.
이제는 쌍용차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소비자들의 상처, 주주와 채권단들의 손실을 생각하면 금융당국은 치열한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4차산업시대다. 우리의 쌍용차는 전기차 사업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국내의 전기차 산업도 본격적으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굳이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나 해외 유수의 기업을 찾을 필요도 없다.
국내의 쌍용차 납품업체들과 전기차 부품업체, 전기차 생산업체가 조합으로 묶어 인수자금을 마련하고 산업은행의 출자전환과 채무유예 등 이미 국내의 생태계에서 충분히 퍼즐을 맞춰갈 수 있다. 쌍용차 문제의 본질은 외부 자금유입으로 산소호흡기만 기댄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다.
뼛속까지 DNA를 바꿔야 지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문제의 해법은 쌍용차가 과감히 전기차 생산기업으로 탈바꿈함과 동시에 답을 멀리서 찾기보단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는 것이다. 그것은 어찌보면 가장 빠른 지름길이자 국부의 해외유출도 막을 뿐더러 일자리창출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베스트 초이스가 될 것이다. 하청업체의 줄도산도 막을 것이다. 항상 복잡한 문제의 답은 의외로 우리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