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P 규제 일단 피하고 보자'
규제 시행 직전 '소나기' 발행...시행 후 '사모사채'로 이동
2014-05-0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금융당국의 CP(기업어음) 규제를 피해 기업들이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기업들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CP를 활용해 왔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활성화되자 CP 대신 사모사채를 이용하고 있다.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일까지 발행된 사모사채는 3조6091억원으로 전년동기 5969억원에 비해 6배 가량 급증했다.회사채 시장에서 사모사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했다. 공모채를 포함해 올해 회사채 발행액은 22조2901억원으로 사모사채의 비중은 16.2%로 나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사모사채 비중인 2.64%에 비해 8배 가량 높아진 수치다.월별 기준 사모사채 발행 비중도 올해 1월 16.8%, 2월 18.6%, 3월 11.7%, 4월 16.4% 등으로 나타나 지난해 월 평균 3% 이하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CP 규제안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주에도 롯데쇼핑(1100억원), LG생명과학(300억원), 현대제철(1500억원), 광주신세계백화점(1000억원), KT렌탈(500억원) 등이 대거 사모사채를 발행했다.증권업계에서는 CP 규제 직전 기존 CP 발행 수요가 사모사채로 이전된 것으로 내다봤다.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부터 만기가 1년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CP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그동안 기업들은 회사채보다는 다소 높은 금리로 사채를 발행하더라도 투자위험과 자금용도 등 기업 경영사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CP 발행을 선호해왔다.금감원은 지난해 LIG건설이 법정관리 직전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등 문제점이 부각되자 CP규제를 도입하게 됐다.사모사채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 CP와 유사하지만 발행비용이 CP보다 높다는 점에서 불리하다.하지만 이번 CP 규제안 시행으로 사모사채가 ‘풍선효과’를 얻게 됐다.특히 기업들은이 이번 CP 규제를 시행하기 직전 CP를 대거 발행해 부담감을 드러냈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에만 총 4조4826억원의 CP가 발행됐다. 이는 하루 발행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예탁건수는 1131매로 직전일인 2일 466매, 2조5156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일평균 발행 및 예탁건수인 338매, 2조3340억원과 비교해봐도 매수로는 235%, 금액으로는 91% 증가했다.이에 대해 예탁원은 “만기가 365일 이상이거나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경우, CP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관련 규정이 강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발행 및 예탁량을 일시적으로 늘리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