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 재확산, 의사 파업의 굿판을 멈춰라

2021-08-17     이승익 기자
이승익

[매일일보 이승익 기자] 황금연휴를 거치며 우려한 바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사실상 코로나 2차 팬데믹으로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그러한 와중에 의사들은 지난 7일에 이어 14일에도 거리로 나와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끝이 아니다. 이달 21일부터 23일까지 전공의 연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파업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3일에는 전공의 전원이 모든 업무를 중단한다고 한다. 업무중단은 시작 시점부터 무기한.

다행히 지난 연휴에는 동네의원들이 대거 참여를 하지 않아 국민들의 의료공백은 미미했지만, 문제는 코로나 재확산 시점에 의사들마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코로나 생활속 거리두기에 역행해야만 하는 점 이다. 심지어 이번 코로나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신도도 의사파업 현장에 있었다고 하니 국민들의 불안감은 배가 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코로나 기간 파업을 보고 있는 것도 눈꼴 사납지만 중요한 건 대한의사협회의 파업명분도 그다지 공감이 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000명당 의사 수가 2.3명으로 OECD 평균인 3.5명 보다 모자라는 수치다. 이로 인한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들에게 분명 필요한 요소다. 한때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법조계의 반발이 심했지만, 결국 국민들은 과거 10년전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게 됐다. 의대생들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와 같은 국민 필수과를 기피하는 현상도 오랜기간 선결해야 하는 문제점이다. 소위 돈이 되는 인기과를 지망하려는 의대생들을 탓할 순 없다. 자본시장 섭리상 오랜 기간 비싼 등록금을 내고 치열하게 공부해 온 의대생들이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에 우리 모두는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인기과의 의사부족 현상과 지방 의료인력 서비스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총파업 궐기대회로 풀어가는 의사들의 모습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쓴웃음만 짓게 한다. 요즘같은 4차산업 비대면 시대에 원격진료도 이제는 더 이상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물론 시행 과정에서 의사들이 지적하는 문제점도 분명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자동차를 없앨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정부의 정책에는 항상 득과 실의 총량이 있다. 얼마전, 택시기사들의 총파업으로 우리는 ‘타다’ 공유차량 서비스를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됐다. 물론, 공유차량의 확산으로 기존 택시기사의 일자리는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이익만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방해서는 안됐었다. 2000년도 의약분업 파업사태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덕분에 약사의 임의조제에 대해 작용하던 약국 의료보험제도가 폐지되고,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 조제 받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결국, 무분별한 약사들의 오남용 처방과 건보재정의 건전화에 기여했다. 산업혁명이후 산업의 발전은 전광석화처럼 빨리 변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집단과 신규산업의 충돌은 늘 있어왔다. 대세의 흐름은 항상 신규산업의 승이었다. 충돌의 해결과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문제는 얼마나 적은 시행착오를 갖고 모두 이익의 총량을 따져봤을 때 가장 적은 쪽을 택하냐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자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며 우리가 현실을 직면해야 하는 이유다. 의협이 말하는 명분도 일견 일리가 있다. 국가적 의학 인프라 없이 의사수만 늘릴려고 하는 정부의 아마추어적 발상도 문제가 있다. 비대면 원격진료의 문제점도 시작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정부의 대국민 홍보전략도 전무하다. 오로지 시골에 환자들이 불편하고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단순논리로만 의협 파동에 맞서고 있다. 사안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부는 그저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으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코로나는 전세계 의학계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국가들마다 의학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 우리도 지금에 맞게 의학시스템에 대한 파격적인 메스를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 모든 것은 의학계도 아닌 보건당국도 아닌 국민에게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부디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거리로 모인 의사들의 파업을 더 이상 안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 본인들의 주장에 국민공감을 얻고자 한다면 더 이상 광장이 아닌 언택트 온라인 시위라도 기획해 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