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이념편향 국정운영" 文대통령에 직격탄

"평등·공정·정의가 정권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주어져" "백선엽 장군 떠나 보내면서 보훈 가치 크게 폄훼"

2021-08-17     김정인 기자
반기문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광복 75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직언했다. 문 정부가 '이념편향·진영중심의 국정운영'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기문 전 총장은 15일 75주년 광복절 성명을 통해 "이념편향·진영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적으로 쌓였다"며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득에 얽매여 지지세력 구축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운과 직결된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변화를 뚫고 나갈 분명한 국가목표와 유효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아 참으로 우려스럽다"며 "이에 따른 국민적 분열과 사회갈등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정부가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국정 철학의 하나로 내세웠지만, 이 가치가 정권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며 "그 속에서는 화합과 결속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백선엽 장군 장례 과정에서 보인 문 정부의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또 국가발전의 좌표로는 평화통일, 헌법 가치 수호, 국민통합 등을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헌법의 가치를 더 수호해야 한다"며 "법치와 인권은 권력자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통제하는 가치"라고 했다. 성명에는 개헌의 필요성도 담겼다. 반 전 총장은 "21대 국회가 토론과 타협이 실종되었던 20대 국회와 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망이 크다"며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차분한 마음으로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그린뉴딜에 대해서는 "성찰과 철학이 결여됐다"며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정에 맞게 보완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이같은 성명에 대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영역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국가 원로의 깊은 혜안은 우리 사회에 진한 울림을 준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목적을 뒤에 숨긴 발언들은 오히려 반 총장님이 말씀하신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이 3년 전에 불과 3주 만에 국가 통합의 꿈을 접겠다고 물러섰던 분이, 정부가 우리 사회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지난 3년간은 특별한 말씀이 없다가 최근 들어 정부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죄송하지만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