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미뤄지고 이젠 집까지 문제...결혼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

신혼집 장만하려던 예비부부에게 절망감 안겨 사회초년생 주거난 심화 “청년에 무지한 정책”

2020-08-17     김정인 기자
16일
[매일일보 김정인 조현경 조민교 기자]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2030 여성들이 부동산 대책으로 고통 받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이번 부동산 파동을 통해 정부여당의 청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결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여성 최모씨는 17일 본지에 “내년쯤 결혼을 하려고 남자친구랑 같이 집을 차차 알아보려고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면서 완전 비상이 걸렸다. 전세부터 시작해 집을 사려고 했는데, 지금 전세가 없어지다 보니까 집을 사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집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결혼도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코로나로 인해서 결혼이 미뤄지고 이젠 집까지 이렇게 되니까 ‘결혼할 수는 있나’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며 “정부에서 출산장려나 신혼부부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체감되는 것은 없고, 겨우 결혼자금을 마련해서 시작하려는 순간에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이런 상황이 되니 정부에서 뭘 하는 건가 싶다. 애를 낳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결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20대 여성 황모씨도 “올해 말 월세 계약이 끝나 전세를 알아보면서 결혼 준비까지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부동산 정책 때문에 다 엉망이 됐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부동산에 급하게 알아보니 전세는 최저가 2억5000만 원부터라고 하더라. 원래 예상했던 가격보다 1억 원 정도 더 오르다 보니 전세자금대출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며 “23번 이상 대책을 내놓았다는데 그게 정책 실패의 방증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집을 장만해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직 20대인데도 벌써부터 결혼이 가능할지 회의감도 든다”고 했다. ▮“서울은 청년에게 너무 살기 힘든 곳” 서울 강서구에 사는 20대 여성 양모씨는 다행히 전세난 직전 전세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만 더 늦어졌으면 큰일 날 뻔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저는 은행 이자만 주면서 살게 됐고 전세를 못 구한 친구들은 월 최소 50~60만 원을 내면서 살아야 한다”며 친구들 걱정을 했다. 부산서 살다 구직을 위해 최근 서울로 올라온 20대 여성 정모씨는 서울 전세난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사실 서울 집값이 비싸다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 구실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집을 구하는 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며 “일주일 간 친구 집에 묵으며 이리저리 발품을 팔다 결국은 월세와 전세 다 포기하고 쉐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사람들 말로는 최근 정책 때문에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면서 시기가 별로 안 좋다고 얘기하더라”며 “집값이 너무 부담이고 부모님이 지원해주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다시 부산에 내려갈 생각이다. 서울은 정규수입이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살기 힘든 동네 같다”고 했다. ▮“우리 세대 집 사기 정말 힘들어졌다” 회사원으로 서울 영등포구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 김모씨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보며 정부의 청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부동산 파동을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되면 되고 아니면 말고식 사고”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전월세난에 집값까지 이미 터무니없게 올라버려 우리 세대가 집 사기엔 정말 힘들어졌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초반 여성 김모씨도 “우리 세대가 정말 불쌍한 세대라고 본다. 온갖 정책을 실험당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세대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정책은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독이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이제는 돈을 모아서 집을 사야하는 우리 세대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또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집을 소유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