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30 전세난
2020-08-18 송병형 기자
서울 지역 2030 사이에서 전세난이 화두라고 한다.
그런 2030중의 한 명인 20대 중반의 여성 A씨는 전셋값 폭등에 월세 탈출 계획을 사실상 접은 상태다. 올해 말 월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최근 전세난 소식에 서둘러 부동산에 전셋집을 알아보니 원래 예상했던 가격보다 1억 원 정도 더 높더란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도 1억5000만 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상황.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화가 나 있었다.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월세 계약 당시 과감하지 못했던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는 중이다. 계약 당시 부동산에서 중소기업 전세자금 대출을 권했는데 빚을 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익숙했던 월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사회초년생이면 흔히 할 수 있는 결정이다. 그는 “정부에서는 공급물량을 늘리면 해결된다고 하지만 사실 그 공급물량 늘린 것은 나랑 관련 없는 일 같다”며 “서울에서 집 갖고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능력이 있으면 돈 벌어서 집 사고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집이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게 최선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KB국민은행의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180.8,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6.9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전세를 놓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180이 넘는 지수면 전세 대란이라고 할 만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한 주 만에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상승했다. 전세집 구하기도 어렵고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졌다.
경제적 고통은 서민과 약자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서울에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자치구에서 전세 매물 감소폭이 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여당 의원은 “어떤 정책도 초기에는 어느 정도 고통이 따른다”고 주장한다.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대의를 위해서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20대 후반의 B씨와 C씨는 자신들이 부동산 정책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B씨는 “전월세 정책으로 오히려 시장에 전월세가 나오지 않는다. 시장에 매물이 나와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간 상황이다. 우리 세대가 집 사기엔 정말 힘들어졌다”며 “이번 부동산 파동을 보며 청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했다. C씨도 “거품이든 아니든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상승했다”며 “임기 내 해결 불가능한 문제라고 본다. 다음 정권도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30대 초반의 D씨는 자신 세대를 “불쌍한 세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구직난부터 시작해서 전세난까지, 정책 실험의 대상이 된 느낌이란다. 그는 “온갖 정책을 실험당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세대”라며 “이제는 돈을 모아서 집을 사야하는 우리 세대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또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괜히 더 긁어 부스럼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