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스타벅스’에 녹아 있는 커피공학

2021-08-19     기고
김휘규
‘커피’가 한국인들 일상생활의 필수재로 자리잡았다. 한국인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0잔으로 세계 평균의 3배 수준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커피를 많이 마신다. 그래서인지 한국은 생각보다는 큰 커피 소비시장에 속한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6.8조원으로 오는 2023년에는 약 8.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을 제외면 중국과 2, 3위를 다툴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커피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한국에 커피가 전례된 것은 19세기 말의 일이다. 당연히 커피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고가의 사치품으로 왕족이나 고관대작, 일부 부자들이나 접할 수 있는 귀한 음료였다. 그나마 커피라는 음료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 시절 주요 도시에 다방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의 원조물자에 인스턴트커피가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민간시장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여전히 사치품에 속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커피는 당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비싼 물건이다. 그러나 미국을 통해 국내 공급되는 인스턴트커피가 점차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커피를 찾는 대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후반에는 국내에 인스턴트커피 합작회사들이 하나둘 설립되기 시작하면서 일상적인 소비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1976년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일명 ‘커피믹스’는 커피가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료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의 이면에는 커피믹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식의 농담을 할 정도로, 커피믹스는 한국 사회에 커피문화 확산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커피믹스 덕에 커피는 더 이상 다방을 찾지 않아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가 된 것이다. 소비층이 넓어지면서 성인의 음료이던 커피는 젊은이의 음료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다방문화도 바뀌기 시작했다. ‘음료+사교, 대화, 휴식의 장소’ 등과 같이 다방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점차 고급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명칭도 다방에서 ‘커피숍’으로 바뀌었고,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갖추게 됐다. 동시에 커피 자체도 고급화되어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에는 원두커피 전문점들과 커피체인점이 확산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은 해외 커피 프랜차이즈를 국내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도 점점 확산됐다. 본격적인 오프라인 커피전문점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오프라인 커피전문점 시장은 엄청난 성장과 동시에 살벌한 경쟁의 무대였다. 그리고 2020년 현재 국내 오프라인 커피매장의 승자는 ‘스타벅스’다. 100% 직영점 체제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압도적인 가맹점 수, 점포수 등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 비교하기 어렵다. 경영실적으로 따지면 승패는 더욱 명확해 진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조8660억원의 매출에 175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기 대비 매출성장률은 약 20% 수준으로, 2조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1999년 7월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개점한 이래 급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한국 오프라인 커피매장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을 단순히 국내 대기업 자본과 해외 유명브랜드와의 결합만으로는 단순화해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분명 특별한 스타벅스만의 강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인데, 정작 문제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다.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판다’ 등과 같은 말은 논외로 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부터 시작해서 커피의 맛, 매장 인테리어, 매장 분위기 및 청결도, 직원응대 등등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벅스에 대한 여러 가지 차별성 분석이나 벤치마킹 레포트를 읽어봐도 뭔가 석연치가 않은 점이 많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분석을 해도 쉽게 도출되지 않는 그 무언가가 존재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스타벅스의 차별점에 대해 명쾌한 분석을 내놓는 자료를 찾지는 못했다. 다만 ‘분명 뭔가 다르다’는 것과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그것을 구매한다’는 점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매일매일 습관적으로 가볍게 마시는 커피 한잔에도 일상생활과 생활습관(Life style)을 반영한 엄청난 산업적 진보와 기술요인, 경영공학의 결정체들이 녹아있다. 때문에 요즘의 경제적 성공사례들은 단순한 일차원적 분석과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특히 포스트코로나를 강조하는 최근의 트랜드를 보면서, 또 어떤 복잡한 경영공학의 원리들이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