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K자형’ 양극화가 시작되고 있다
2021-08-20 매일일보
미국의 경기회복이 빈부격차가 커지는 ‘K자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중소기업과 소수인종, 저학력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사이 고소득 전문직과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되찾는 모양새다. 알파벳 K 모양처럼 위아래 45도 방향으로 벌어지는 회복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한 존 프리드먼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의 조사결과를 보자.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현재 미국 고소득자의 일자리는 완전히 회복됐지만, 시간당 14달러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의 고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시간당 14~20달러를 버는 근로자들은 16% 낮아졌다. 특히 증시와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올라와 자산가들은 손실을 회복했다.
이를 두고 WP는 “경기침체는 저금임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지만 코로나19는 빈부격차를 만들며 백인과 소수인종 간에 큰 격차를 일으키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도 넓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중소기업의 파산이 계속될수록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이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이는 결국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는 학력별 근무 환경도 양극화 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가 도입됐지만 이는 대학교육을 받은 직원들 위주로 가능한 실정이다. 미 연준에 따르면 학위 소지자의 63%는 회사업무를 집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근로자는 그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한국은행 역시 감염병의 대확산이 소득분배를 악화시켰다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 6월말 발표된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961~2017년 감염병 발생 이후 175개국의 지니계수가 상당 기간 상승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으로 저학력 일자리 등 취약부문의 고용 회복이 지연돼 소득 분배가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또한 코로나19가 일자리 양극화를 일으켜 소득 분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경제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한 기술을 갖고 있는 노동자 임금은 증가하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 임금은 정체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11.1%로 OECD 평균 20.1%의 절반이었다. 언제나 그러지만, 코로나19 경제 위기도 취약계층과 중산층이 무너져 양극화가 심화시킬 것이다. 취업문이 막힌 청년들, 그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던 자영업자들, 그들은 어디를 바라보고 희망을 가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