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1~2세기 중반경 로마의 지배에 항거해 조직된 급진파 유대인 단체가 있었다. 영어로는 ‘젤롯’(zealot) 한국어로는 ‘열심당원’ 혹은 ‘열성당원’으로 해석한다.
예수의 제자 12사도 중 한 사람인 사도 시몬도 이 당원이었다. 야고보의 아들 유다 즉 다대오와 가롯 유다 역시 젤롯의 일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젤롯은 라틴어로 단검(sica)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시카리우스’(sicarius)에서 따온 말인 ‘시카리’(Sicarii)라 주로 불렸다. 단검을 은닉하고 다니며 로마의 앞잡이나 유명인사 등의 암살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나사렛 예수는 젤롯의 노선을 지지하지 않았다. 일부 역사가는 예수가 최소한 젤롯의 동조자였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비폭력을 가르치고 실천한 예수와 이들의 연계를 논한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런데도 예수는 젤롯을 대신해 십자가형을 받아야 했다.
그 이후 2000여 년이 흘렀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별로 없어 보인다. 과거 예루살렘에서 벌어졌던 ‘테러’가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재현됐다.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와 보수단체들은 지난 광복절 집회금지 명령에도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20일 현재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일 현재 총 5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33명, 나머지 20명은 사랑제일교회와 관계없이 광화문 집회 장소에 체류했다가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은 어린이집, 콜센터 등 총 114개소로 확산하는 등 n차 감염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극단적인 폭력은 어느 시대건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 낸 광기에 현혹된 이들에 의해 전개되는 독단에 불과하다. ‘부동산 불패’라는 신흥종교에 빠진 이들의 행동과 태도도 딱히 더 나을 게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의 개념과 사고방식에 빠져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지 않고 자기 확신과 연민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심판하고 비판하는데 몰두하고 있어서다.
이 글의 마지막은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철학자인 데카르트의 말로 줄이려 한다. “믿고 싶은 모든 것을 의심하라”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은 결과가 광기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역사와 종교가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