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십박) 네이버웹툰 작가] 비판·비난이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작품. 완벽하다는 평을 받지만 인기가 없는 작품. 필자는 이 차이가 ‘완벽주의’에 있다고 생각한다. 완성도와 대중성은 늘 함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어 교과서’에 실린 우수한 작품을 모두가 재미있게 읽으며 공부하지는 않는다. “개연성 없다”는 말이 뒤따르면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아침 드라마’와 근본적 차이를 느낀다. 대중적 콘텐츠엔 ‘완벽함’과 다른 어떤 근본적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예시로, 영상 편집 기법을 전혀 모르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를 두고 영상 편집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꼽다”고 생각할지언정 이 아이의 ‘대중성’까지 부인할 순 없을 터다. 이 차이를 느끼지 못한 채 단순히 어린 유튜버에게 ‘전문성’이 없다며 비난을 보내는 이들은, 본인의 법칙에서 벗어나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중성은 결국 대중들의 반응에 달려있다. 전문성 없는 유튜버가 부당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손가락질하기보다, 그 인기의 원인을 분석하는 게 옳다. 대중들이 즐기고, 행복해하는 요소를 파악해 다른 전략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콘텐츠 시장에서 본인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고 ‘작품의 완성도’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완성도가 인기의 원인이 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인기를 끌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아니란 점이다.
해수욕장에서 춥고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 배부를 때 먹는 유명 셰프의 음식보다 맛있기 마련이다. 1인 개발자가 4일 만에 만든 게임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게임보다 더 접근성·중독성 있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생이 모기를 전기 파리채로 지지는 무편집 영상이, 전문가들이 회사 단위로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보다 더 통쾌하게 보일 수 있다.
웹툰 얘기를 해보자. 웹툰은 아무리 대단한 것을 준비해도 초반에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본인이 하고 싶은 완벽한 이야기’보다는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먼저 선보여야, 그 후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생에게 아무도 “시속 2km의 기차에서 시속 2km로 걸으면 총 4km로 움직이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상대성 이론까지 고려해야 한단다”고 말하지 않는다. “달리는 기차에서 앞으로 뛰어가면 너는 더 빨리 가게 된단다”는 말이면 충분하다. 과학적 지식조차 대중에게 전달할 때 어려우면 대중들이 외면할 뿐이다. 조금은 틀리더라도 쉽게 간추려 설명한 다음 점점 견고하게 보완해나가야, 기존에 원하는 대중적인 교육 목표에 훨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단 교육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대중을 상대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는 물 역시 치사량이 존재한다. 무해할 줄 알았던 완벽한 것들이 과하면 언젠가 독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섭취를 하되, 과하지 않게 균형 있게 섭취하자. 한 방향에 치우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며 꾸준히 방향을 바꿔 잡아나가는 사람, 힘을 빼는데 힘을 쓸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