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내수 진작 나서자니 코로나 확산 위기 ‘부양책 딜레마’
3분기 경기부양 드라이브 걸자마자 코로나 재확산 경기반등 막히면서 U자형 반등 기대하기 어려워져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됐다. 사실상의 셧다운에 해당하는 3단계 시행도 멀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단계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출 침체가 계속되면서 정부는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방어 전략을 펴는 상황.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3분기에 대대적인 소비촉진 드라이브를 걸려는 순간 코로나 재확산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경기부양책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소비촉진 할인쿠폰 써보지도 못해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차 추경안에는 △외식 할인쿠폰 330만 장 발급예산 348억 원 △농수산물 할인쿠폰 600만 장 발급예산 620억 원 △박물관·미술관 등 전시 할인쿠폰 350만 장 발급예산 90억 원 △공연·영화 할인쿠폰 183만 장 발급예산 117억 원 △숙박 할인쿠폰 100만 장 발급예산 290억 원 △관광 할인쿠폰 15만 장 발급예산 97억 원 △헬스클럽 등 실내체육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체육 할인쿠폰 40만 장 발급예산 122억 원 등 1618만 명을 대상으로 한 1684억 원의 예산이 담겨 있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편성한 ‘8대 할인소비쿠폰’ 발급예산들이다.
정부는 8대 할인소비쿠폰이 사용되면 3분기에 9000억 원 가량의 내수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3분기는 정부가 경기반등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기간이다. 여름휴가 기간인 7∼8월은 관광·숙박 성수기인데다 비수기가 시작되는 9월에 쿠폰 이용이 본격화되면 침체됐던 관광과 숙박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또 이에 맞춰 외식과 문화 소비 쿠폰을 지원할 경우 소비 전반이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할인쿠폰 대부분이 8월과 9월에 풀리도록 했다.
▮3차 추경 집행 속도전에 급제동
3차 추경의 효과와 관련, 추경 편성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봤다. 다만 ‘신속한 집행’이 전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2분기에 바닥을 치고 완만하게 상승하려면 3차 추경을 통한 소비 확장이 3분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판단도 같았다. 정부는 3차 추경안이 한밤 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 오전 임시로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의결하면서 3개월 내 전체의 75%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속도전을 요구했다. 추경안의 국무회의 의결 이틀 뒤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국회가 통과한 추경안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정부는 올해 본예산과 1·2차 추경안을 목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집행해 온 만큼 3차 추경도 지자체와 적극 협력해 속도감 있게 집행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깜깜이 전파에 경기부양 카드 위험
하지만 8월 들어 각종 할인쿠폰들이 풀리기 시작하자마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면서 정부의 계획에는 급제동이 걸렸다. 이날부터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여름휴가철 경기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현재 확산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도입도 불가피한 상황. 10인 이상 모임 금지 등이 강제되는 3단계는 사실상 ‘셧다운’이나 다름없어 실제 시행될 경우 소비·생산·투자 등 경제활동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방역 성공을 토대로 한 경기부양 정책을 취해왔다. 미국의 경우처럼 섣부른 경기부양책은 코로나 확산의 역효과를 낳아 경제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를 통한 ‘깜깜이 전파’가 이뤄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인해 정부의 판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어왔다. 겉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거의 잡혀가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깜깜이 전파’가 계속 중이고, 정부의 내수 촉진 정책이 코로나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최근의 급격한 확산 현상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가 또 다시 경기부양에 나설 경우에도 8월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