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대한민국 골프 대중화 이끄는 조성준 XGOLF 대표
2021-08-25 한종훈 기자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 2003년, ‘온라인 부킹’ 도입, 골프 진입장벽 낮춰
사실상 대한민국 골프 인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LPGA 투어에서 박세리, PGA 투어에서 최경주가 세계 무대를 제패하면서 주가를 올렸다. 이에 골프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고 시작하려는 이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골프장 수가 워낙 부족했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에 골프장 부킹은 ‘하늘에 별 따기’였다. 또, 대부분의 골프장도 회원들 위주로 운영됐다.
이를 눈 여겨 본 이가 있었다. 조성준 XGOLF 대표다. 조성준 대표는 “미국에서 여러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당시 인기였던 골프 예약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과 일본에는 한창 성업 중이었는데 한국에는 없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2003년 XGOLF를 창업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콧대 높았던 골프장들은 그를 문전 박대했다. 조 대표는 “가만히 있어도 손님들이 알아서 줄을 서 대기하고 있던 때라 골프장들은 굳이 예약서비스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매일 골프장을 찾아가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골프장 인허가 규제가 완화하면서 골프장 상황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골프장 건설 붐이 일면서 골프장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골프장마다 부킹 타임이 남아돌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골퍼들은 컴퓨터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 가격, 지역 등의 골프장을 쉽게 검색하고 예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조 대표는 “이후 골프 부킹은 온라인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티 타임을 채우지 못해 할인된 가격으로 부킹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대표는 “무엇보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골프장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 대표의 노력에 XGOLF는 2019년 기준 연 매출 110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2019년 기준)의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원 수는 85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135만 명 이상 이 서비스를 이용해 라운드를 즐겼다. 골프장 부킹 사업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 반바지 캠페인·캐디 마스크 착용 ‘골프 문화’ 이끌어
조 대표는 단순히 골프장 부킹 사업만 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골퍼들의 골프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편리한 라운드를 도왔다. 대표적인 예가 반바지 캠페인이다. 국내 골프장의 경우 다소 권위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래서 복장 규정도 미국 등에 비하면 엄격했다.
조 대표는 골프장의 문화를 바꾸자며 반바지 캠페인을 주도했다. 조 대표는 “외국에서는 편안한 복장으로 라운드를 즐기는데 한국은 골퍼들이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것이 많아 보였다”면서 “무더운 여름 편하게 반바지를 입고 라운드를 하면 편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처음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첫해 전국적으로 10여 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반바지 허용 골프장은 올해 190여 개로 늘어났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골퍼와 캐디의 안전을 위해 캐디의 마스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 되면서 좋은 반응을 불러왔다.
▲ 17년 노하우 바탕 차별화된 ‘신 멤버십’ 서비스
조 대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사업은 ‘신(信) 멤버스’다. 법인카드가 필요 없는 기업 전용 부킹서비스다. 이 역시 편하고 안정적인 서비스가 특징이다. 월 부킹 가능 팀 수 무제한, 4인 1팀 무기명 및 예약자 익명성 보장 등이 가능하다. 황금 시간대 예약을 보장한다. 출시 1년 만에 280여 개 법인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조 대표는 “재가입을 희망하는 회사가 95% 이상이고, 예약률도 93%가 넘었다”면서 “맞춤 관리가 가능한 서비스로 회원 만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또, 조 대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골프장 수요가 크게 늘어 예약 대란이 일어난 상황에서도 신 멤버스 이용 고객은 예약률은 소폭 올랐다”고 귀띔했다.
▲ ‘은퇴자’ 경제적 부담 줄이고, 편하게 라운드 즐기는 플랫폼 구상
조 대표는 또 다른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은퇴를 앞둔 5060세대를 위한 해외 골프 부킹사업이다. 조 대표는 “현재 국내 골프 시장은 40~50대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이 10~15년 후면 은퇴를 한다. 은퇴 후 경제적인 부담을 덜면서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남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회원권 중계시스템’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동남아에는 시설 여건이 좋고 값싼 골프장이 많다”면서 “숙박과 골프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하겠다. 골퍼들이 해외에서도 골프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