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삼성·SK, 1980년대 미·일 반도체 마찰 되새겨야

2021-08-26     송영택 기자
송영택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기회에 중국이 공산당 체제를 버리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 살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무역전쟁과 관세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은 최첨단기술로 번졌다. 미국은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인 화웨이를 본보기로 국제사회에서 퇴출시키려고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글로벌 5G 통신망 구축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구체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반도체마저 화웨이가 공급 받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8월 17일 수출관리규정(EAR) 재개정을 통해 화웨이의 해외계열사 38개 사를 추가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52개 화웨이 계열사를 제재 목록에 올렸다. 이는 화웨이가 우회적으로 반도체를 공급 받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미국이 5월 15일 화웨이 규제로 시스템 반도체를 공급하는 대만의 TSMC가 곧바로 영향을 받아 중국 기업에 반도체 공급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나 기술, 제조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미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웨이와 계열사에게 반도체를 공급하면 EAR 위반을 근거로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급해진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양제츠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으로 조용하게 들어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 방한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하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제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제츠는 양국 간 파격적인 경제협력 강화를 강조했다고 한다. 중국 입장에선 삼성과 SK가 있는 한국을 어르고 달래서 어떻게든 반도체 공급 완전차단이라는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길 기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과 SK의 주요 반도체 수요처이기 때문이다. 매출 비중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미국의 이번 제재를 가볍게 여기며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지속하기로 쉽게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한 경제전문가는 1980년대 일본이 겪었던 미국과의 반도체 마찰 과정을 면밀히 뒤 돌아볼 것을 조언했다. 정부와 삼성·SK가 자칫 잘못 대응하다가는 잘나가다가 일순간에 몰락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전철을 밟을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일본 미쓰비전기,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을 압도하며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이들 기업들을 반덤핑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1980년대 30개에 달했던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압박 이후에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작금의 현실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한국의 삼성과 SK는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적성국과 전략물자를 교역하다가 걸리게 되면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해 중공이라 칭하는 이유를 곰곰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