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취재
돈이면 만사오케이 ‘심부름센터’ 두얼굴
단순한 뒤처리 넘어 무법지대 종횡 무진 위험한 해결사

불륜현장 촬영에 유괴, 살인까지br 솔깃한 문구로 은밀한 거래정부당국 뒷짐만

2005-07-06     김윤정 기자

최근 정치인 불법도청, 영아 납치와 살인 등 심부름센터의 범죄행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각종 고민 100% 해결해드립니다’ 솔깃할 만한 문구로 은밀한 일처리를 원하는 의뢰인들에게 쉽게 접근해 수당명목으로 돈을 받으며 각종 불법업무 대행하는 심부름센터가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자 등록을 해놓고 활동하는 심부름센터는 약 200여 곳. 미 등록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2천여 곳에 이를 정도로 이미 주변 깊숙하게 퍼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의뢰인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화 한통이면 각종 불륜 현장조사에서 미행, 폭행 감금까지 최근엔 심지어 과거를 지워주는 호적정리에다 며느리 행실조사서비스까지 불법행태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그 수위도 높아졌다.

심부름센터들은 ‘악성채권 회수, 정보조회, 불륜추적 등 모든 고민 해결’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싣고 고객들을 유혹한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개인정보 수집, 사생활 추적, 등 각종 불법업무를 대행해주고 있어 실제로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다.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S심부름센터.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자 “250만원이면 3개월 통화내역서를 3일만에 뽑아준다”며 원하면 상대 여자도 찾아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와 왔다.

다른 사람의 개인 e-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7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불륜 장면을 촬영해주는 것은 200~400만원, 도청은 150~200만원, 미행은 일당 10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하지만 돈만 충분히 준다면 납치, 감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정보지에 광고된 또 다른 심부름센터에 전화했다. “변심한 애인을 찾아 손봐주고 싶다”고 말하자 심부름센터 직원은 “요즘 그런 문제는 일도 아니다”라며 “300정도에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라 돈이 더 추가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요즘은 단속이 심해 자세한 내용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신뢰가 바탕이 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불황과 겹쳐 일부 심부름센터는 빚을 대신 받아주는 것은 물론 개인 정보수집, 불륜 등 사생활 뒷조사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요청하는 일은 무엇이든 해준다는 것은 암암리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돈만주면 범죄도 대신 저질러 주겠다는 이런 심부름센터들이 늘어나고 있어 크고 작은 심부름센터 관련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 심부름센터에서는 지난해 5월 생후 70일 된 갓난 아이를 강제로 빼앗은 뒤 “아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친모를 목졸라 살해하고 암매장하는 끔직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아를 유괴해달라고 의뢰한 사람은 불임증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김모 여인(36)이었다.

김씨는 동거남에게 ‘임신을 했다’고 속여 결혼을 했고,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심부름센터에 7천만원을 주며 신생아를 구해줄 것을 의뢰한 것이다.

심부름센터에서 처리하는 일 대부분은 불법이기에 의뢰하는 사람도 미행, 감금 등 또 다른 피해를 당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경기도에 사는 A씨, 심부름센터에 남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했다가 오히려 직원들에게 협박, 갈취를 당한 경우. 이유인 즉, 불법으로 심부름센터에 의뢰를 했으니 경찰에 신고 할 수 없을 거라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강남경찰서 수사과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심부름센터는 퀵 서비스나 택배처럼 자유업으로, 인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뚜렷한 단속 근거가 없다”며 “업체마다 비밀 보장을 최우선으로 내 놓고 있지만, 오히려 민원인이 그들에게 약점 잡혀 협박을 당하거나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경우, 돈만 받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있으므로 심부름 센터 이용 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부름센터에서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심부름센터는 산업분류표상 기타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별도의 허가증 없이 세무서에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와 신분증만 제시하면 누구든 사업자등록번호를 내주도록 돼 있다.

 즉 간단한 서류만 갖추면 누구나 심부름 센터를 개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허가업종을 구분하는 별도의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개별법에서 규제하고 있다"며 "업종에 따라 담당하는 정부기관도 달라지는 만큼 일괄적인 관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 등 행정기관에서는 이들의 영업행위에 관해 어떤 조치나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있어 관리감독이 전혀 없는 상태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