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심화, 한국경제 회복 악재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 약화..."당분간 지속" 전망

2014-05-1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 약세 현상이 계속돼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수출 부문에서 주로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로서는 엔화 약세 현상 심화는 가격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0엔을 돌파한 엔화는 10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 101.6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긴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아베노믹스’로 통칭되는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양적완화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지난해 9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집권하기 이전에는 엔·달러 환율은 77엔 부근이었지만 이후 급격한 통화정책으로 불과 7개월 사이 23엔 오른 것이다.이 같은 상황은 한국 경제에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올해 1분기 국내 기업들이 대일 수출은 91억393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감소했다.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 3월 한 달간 대일 수출은 27억2240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8.2% 급감했다.반면 일본의 대 한국 수출은 올해 1분기 5.0%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대 한국 수출이 직전년도에 비해 6.8% 감소한 것과는 달리 추세가 전환된 것이다.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해 수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 총 수출이 3.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특히 일본 기업과 주로 경쟁하고 있는 철강산업은 4.8%, 석유화학은 4.1%, 기계는 3.4% 수출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위원은 “2차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경기 침체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 역시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하반기 엔화 약세가 105엔선에서 멈춰진다면 미국경제 회복효과가 가시화되며 수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우리투자증권 이지형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가 주로 미국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움직이고 있어 엔·달러 환율은 미국 주요 경제지표 개선과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정책 스탠스 확인 때마다 고점을 높여갈 것”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