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태섭의 고언(苦言)

2021-08-27     송병형 기자
송병형
여당 내 소신파인 ‘조금박해’ 중에서도 친문에게 가장 미움을 산 금태섭 전 의원이 27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암묵적으로 형성된 ‘금도’를 깬 것이다. 칼럼의 화두는 지역주의를 넘어 대한민국의 최대 망국병이 돼 가는 진영논리였다. 금 전 의원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유불리에만 신경을 쓴다. 모두의 안전이 걸린 코로나19 대책과 관련해서도 상대편의 책임을 부각시키고 윽박지르는 데 여념이 없다”며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양념 발언’을 소환했다. “(양념 발언이 나온) 다음날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문 후보의 발언을 기다렸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한 만큼 전날 답변에 대한 사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 나아가 특정 후보나 정파에 대한 지지를 넘어 인신공격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얘기를 바라기도 했다. 이미 경선에서 이겼고 대선 승리도 유력한 상황이었기에 포용의 제스처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제 지지자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폭탄을 보내 의원님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를 드립니다.’ 표면적으로는 유감 표명이었다. 위로의 말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엔 극렬 지지자들이 잘못 받아들일 수 있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문 후보는 문자폭탄을 보낸 사람들에게 비판이나 자제 호소를 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다는 말은 남의 일 얘기하듯이 들린다.” 금 전 의원은 또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올리고 국민 일부를 ‘친일파’로 몰아붙일 때, 장관들이 집권 3년이 넘도록 무슨 문제만 터지면 반사적으로 지난 정부나 보수언론 탓을 할 때, 여당 정치인들이 불리한 판결이 나오면 서슴없이 사법부에 대한 공격에 나설 때 대통령이 제대로 꾸짖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의 이 같은 비판은 정확히 7개월 전 민주당을 뒤집어 놓은 같은 경향신문 칼럼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임미리 교수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민주당 정권을 겨냥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한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고 했다. 금 전 의원과 임 교수는 한 목소리로 대통령에게 취임사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이 시점에도 대통령은 ‘51대 49’의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는 약속은 공허해졌고 되레 분열과 갈등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는 역주행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