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짜맞추기식’ 수사 논란… “수심위 이재용 불기소 권고 수용해야”
삼성 수사 지휘라인 사실상 ‘좌천’… ‘무리한 수사’ 논란 영향 줬나
1년 9개월 수사에도 구속영장 기각·불기소 권고… ‘스모킹건’ 없어
수심위 수사중단 권고 무시하고 ‘회유성 질문’ 보강조사 구설까지
2021-08-28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삼성 수사팀 자휘라인이 사실상 좌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수사를 두고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로 보는 검찰 외부 비판을 염두에 둔 인사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중간간부급 검사 585명과 평검사 45명 등 총 630명에 대한 인사를 지난 27일 단행했다. 삼성 수사를 맡아온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대전지검 형사 3부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최재훈 부부장검사도 원주지청 형사2부장으로 옮긴다. 중앙지검에서 지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사실상 ‘좌천’이라는 평가다.
검찰 수사팀은 삼성에 대해 대대적 수사를 벌였지만 확실한 증거인 ‘스모킹건’을 확보하지 못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은 1년 9개월간 삼성에 대해 50여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재계에서 “다른 기업이었으면 저런 식의 수사면 일찌감치 망했을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성과는 썩 좋지 못한 상황이다. 검찰의 주장이 판사, 일반 시민들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서다.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벌인 끝에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부의위원회는 검찰의 반대에도 이 부회장 안건을 수심위에 상정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수심위에서는 10 대 3 압도적 표차로 이 부회장 불기소·수사중단 권고를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줄곧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강조해왔는데 사실상 ‘스모킹건’은 없고 프레임 수사만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검찰은 최근 두달 간 수사중단 권고를 무시하고 전문가들을 부르는 ‘보강 조사’를 진행한 것이 밝혀졌다. 특히 의견 청취 명목으로 회계·경영 분야의 교수를 불러 “분식회계 혐의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한 목적이 무엇이냐”, “지금도 분식회계 혐의가 없다고 생각하냐” 등의 ‘압박·회유’성 질문까지 던져 ‘끼워맞추기’ 수사 의혹은 힘이 실리고 있다. 심지어 검찰은 조사에 응한 교수들에게 외부유출 금지 각서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수도권대학 경영학 교수는 “수사 종결시점에 회계학 교수를 불러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방증’ 아니냐”며 “이제는 ‘짜맞추기식’의 수사를 중단하고 수심위 불기소 권고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런 논란을 무릅쓰고 수심위 불기소 권고를 무시해 기소를 강행한다면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심위가 기소권·수사권을 견제받기 위해 검찰 스스로 만든 개혁안인 만큼 이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부터 문제의 소지다.
여기에 검찰은 앞서 1년 9개월 고강도 수사에 이어 최근 수심위 수사중단 권고까지 무시해 보강 조사를 벌여 ‘수사권 남용’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기소 권고를 받고도 두 달이나 시간을 끌었던 검찰이 기소도 강행한다면 ‘기소권 남용’ 비판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인사 이동이 정해진 가운데 기소한다면 홧김에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올 수 있다”고도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한다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검찰이 고집을 버리고 수심위 불기소 권고 수용이라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