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푸라닭 치킨과 저명상표 희석 및 부정경쟁방지법 문제

2021-08-31     기고
유성원
우리나라의 치킨 브랜드는 몇개나 될까? 지난해 KB경영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09개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2만4602곳이다.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11만6000여 곳 중 21%가 치킨집인 것이다. 수많은 치킨 프랜차이즈가 경쟁하다 보니 브랜드 별로 맛, 서비스, 메뉴, 가격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후라이드와 양념만 잘하면 되던 기존 시장에서, 고추치킨, 파닭, 마요치킨, 카레치킨 등 다양한 재료와 맛을 구비한 신메뉴가 개발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으로 변했다. 또한 유명 연예인들을 출연시킨 TV 광고도 필수요소가 됐다. 심지어 1+1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근 가장 핫한 스타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푸라닭 치킨’이다. 푸라닭 치킨이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 컨셉은 럭셔리 명품 치킨이다.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 ‘PRADA’가 연상되는 브랜드 로고 및, ‘프라다’와 발음이 유사한 ‘푸라닭’을 브랜드 명칭으로 사용했고, 전체적인 브랜드의 컬러도 블랙을 채택해 명품 ‘PRADA’의 패러디라고 인식되게 함으로써, 명품 프라다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연상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푸라닭 치킨이 사용하고 있던 브랜드 이미지는 명품 프라다 브랜드의 로고를 상당 수준 패러디한 형태를 띠고 있다. 프라다 가방 제품들에 부착되는 PRADA의 브랜드 로고는, 가운데 PRADA 알파벳 문자 표장, MILANO라는 지역 표기,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역삼각형의 테두리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푸라닭 치킨이 최근까지 썼던 로고는, 가운데 ‘PURADAK CHIKEN’ 문자 표장과 이를 둘러싼 다이아몬드 형태의 오각 테두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이아몬드 형태의 오각 테두리는 전체적인 비례상 역삼각형의 모양으로 인식될 수 있을 정도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검정색 바탕에 금색 글자색을 사용해 분위기가 프라다의 브랜드와 유사한 느낌을 주고 있다. 실제로, 푸라닭 치킨은 이 로고를 지난 2016년 1월에 출원했다가 특허청으로부터,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상표와 전체적인 외관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명품 브랜드와 같이 일반 수요자들에게 매우 널리 알려진 저명한 상표의 경우, 비유사한 상품 영역에 속하더라도 저명한 상표의 명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상표라 하여 등록을 불허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프라다는 의류, 패션 분야의 상표이고 푸라닭은 외식업 분야의 상표이어서 상품이나 서비스업이 비유사한 영역에 속하고 있더라도, 저명한 상표인 프라다 브랜드의 명성을 손상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상표라고 규정해 거절될 수 있다. 다만, 푸라닭치킨은 상표 거절 후, 로고는 제외하고 ‘명품푸라닭치킨’ 문자 상표만으로 재출원해 특허청으로부터 상표등록을 받았다. 그렇다면, 푸라닭 치킨은 프라다 브랜드를 패러디한 로고 상표와, ‘푸라닭’을 포함한 상표를 자유롭게 사용해도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일까? 원칙적으로 상표권의 효력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 영역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에만 미친다. 푸라닭 치킨의 경우,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로고와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지만, 상품의 영역은 전혀 유사성이 없는 외식업 분야이므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부정경쟁방지법 상 부정경쟁행위에 속할 가능성은 있다.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저명한 브랜드의 명성을 손상하거나 희석화하는 상표의 사용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저명상표의 희석화 사용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해 제제를 가한 유사 판례들이 존재한다. 2015년 국내 한 치킨집이 ‘루이비통닭(LOUIS VUITTON DAK)’이라는 브랜드로 영업을 했는데, 이에 대해 루이비통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의 LVMH그룹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해 영업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LVMH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그 치킨집이 간판만 ‘cha LOUIS VUITTON DAK’ 살짝 바꿔 계속 영업하자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치킨집에게 1450만원을 LVMH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2010년에는 ‘버버리 노래방’이라는 상호로 운영하는 업소에게 영국 ‘BURBBERY’ 사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5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한 바가 있다. 샤넬 역시, 지방의 한 마사지 업체가 ‘샤넬 마사지’라를 상호를 사용하자 소송을 제기해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판례들을 살펴볼 때, 푸라닭 치킨의 패러디 브랜드 사용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프라다에서 아직 이렇다 할 법적 조치를 취한 정황은 보이지 않지만, 만약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법적 조치를 취한다면 푸라닭의 브랜드 영업행위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푸라닭의 400여 가맹점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매우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것인지 푸라닭은 기존의 역삼각형 모양의 패러디 상표의 사용을 중단하고, 텍스트 ‘PURADAK CHIKEN’를 가로로 배치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글로벌 저명 브랜드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도 저명 브랜드들의 명성을 희석시키거나 손상시킬 수 있는 행위들을 제재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있고, 판례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을 주의해 저명한 브랜드를 패러디하는 것에 조금 더 조심스러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