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용 부회장 불구속 기소…수사 일단락

1년 10개월 삼성 수사 종결… 이재용 등 임직원 11명 기소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무시하고 기소 강행한 첫 사례 글로벌 악재 속 ‘총수 공백’ 리스크… “전시에 사령관 잃어”

2021-09-01     이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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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과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적용했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은 삼성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1년 10개월 동안 삼성 경영진 30여명을 100차례 소환 조사하고, 회사 압수수색도 50여 차례 진행했다. 검찰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삼성물산의 주가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과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은 검찰과 다르다. 검찰이 고강도 장기간 수사 끝에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여러 차례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 6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해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했지만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날 기소 대상자에는 김 대표도 포함됐다. 검찰의 주장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수사심의위는 10 대 3으로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수사중단 권고를 내렸다. 압도적 표차로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이날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면서 “수심위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내용과 법리, 사건처리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스스로 만든 수사심의위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로 삼성은 ‘총수 공백’ 경영리스크에 직면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미래사업 전략, 수조원의 초대형 투자 등 그룹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멈추게 됐다”며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전쟁터에서 삼성이 ‘사령관’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