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하필 이 시국에…식품업계 잇단 가격 인상에 식탁 물가 부담 비상
오뚜기 즉석밥 3종 가격 8% 인상, 롯데제과·칠성음료·푸드도 가격 올려
앞서 포기김치 가격도 3~5% 올라, 내년부터는 우유 원유 가격도 상승
소비자단체협의회 “일부 가격 인상 제품 원재료 가격 오히려 하락”
2020-09-02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최근 식탁에 올라가는 밥과 김치부터 과자류 전반에 걸쳐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각종 식자재의 가격이 올라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식품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가격 인상 근거가 부족하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계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 인상이 각 가정에 부담으로 더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최근 즉석밥 3종의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오뚜기의 즉석밥 3종은 작은밥(130g), 오뚜기밥(210g), 큰밥(300g)이고, 오뚜기밥 기준으로 710원에서 770원으로 올랐다. 오뚜기 측은 “2017년부터 쌀 가격이 매년 상승하고 있어 3년 만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집콕족의 증가로 수요가 늘고 있는 과자 가격도 올랐다. 롯데제과는 목캔디와 찰떡파이 가격을 평균 10.8% 인상하기로 했다. 작은 상자에 들어 있는 목캔디는 권장소비자가격 기준으로 800원에서 1000원으로 200원 오른다. 대용량 제품들은 가격을 유지하고 용량만 축소한다. 둥근 용기 타입의 목캔디는 137g에서 122g으로, 대형 봉 타입은 243g에서 217g으로 축소한다.
롯데제과의 나뚜루 파인트와 컵 아이스크림값 역시 평균 10.5% 올랐다. 바와 컵은 3900원에서 4300원, 콘은 3800원에서 4300원, 파인트는 1만500원에서 1만16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긴 장마로 빙과류 매출 타격이 컸고 프리미엄 라인은 원자재 값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롯데푸드가 편의점에 납품하는 뽀모도로 스파게티 가격을 38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월 일부 음료의 편의점 납품가를 인상했다. 밀키스, 핫식스, 사각사각 꿀배는 200원씩 올랐고, 트레비와 아이시스8.0은 100원 인상됐다.
지난 5월에는 김치 가격이 올랐다. 대상의 종가집 ‘시원깔끔포기김치’(3.3㎏) 가격이 4년 만에 5.7% 올랐고, 같은 달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 가격도 3% 인상됐다.
우유 원유가격은 올해에는 동결됐지만, 내년 8월부터 ℓ당 21원이 오른다. 이에 원유 가격은 현재 ℓ당 926원에서 ℓ당 947원으로 인상되고, 내년부터는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와 아이스크림 등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는 각종 식자재 가격이 오르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힘든데 유례없는 장마로 원자재 가격까지 오르니 식품업계도 버티다 버티다 어쩔 수 없이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인 각종 식음료 가격이 오르면서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제과의 가격인상 근거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롯데제과는 가격인상 요인에 대해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판촉비 등의 상승으로 경영 제반 환경 악화라고 밝혔지만 이 설명이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자체 분석을 통해 목캔디 가격은 최근 2년 동안 최대 25.0% 인상되고, 찰떡파이는 용량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7.1%의 가격 인상 효과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단체는 “목캔디의 주요 원재료로 파악되는 설탕류는 최근 2년간 가격이 11.7% 하락했고, 찰떡파이의 주요 3개 원재료 역시 평균 하락률이 7.1%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체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했고, 이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 감소에 따른 결과로 파악된다”며 “회사의 경영제반 환경은 오히려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롯데제과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은 다른 제과업계의 연쇄적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롯데제과가 사실과 다른 이유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고통을 주고 단기적 기업 이익 확보에만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