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이 또 사람을 죽였다

이웃 간 유혈사태 급증…소음 시비로 살인방화까지

2014-05-14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아파트 등 주택 부실시공으로 인한 ‘층간소음’ 시비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이웃 간 유혈사태까지 속출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 또는 쌍방 폭행에서부터 방화·살인 등 강력 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인천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불을 질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내 한 빌라 2층에 사는 집주인 A(72)씨는 이날 오후 5시 47분경 권투용 샌드백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1층에 사는 세입자 B(51)씨에게 주의를 주다가 B씨와 언성이 높아졌다.결국 화를 못 이긴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둔기를 꺼내 1층으로 내려가 B씨에게 휘두르다가 휘발유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로 B씨의 집에 불을 질렀고 B씨의 딸과 남자친구가 이 화재로 숨졌다.앞서 부산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윗집에 사는 모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검거됐다. 이모(52)씨는 지난 3월 7일 오후 소주 5병을 마신 뒤 밤늦게까지 위층 정모(54)씨의 집에서 소음이 계속 들리자 홧김에 흉기를 들고 이 집 현관문을 쾅쾅 두드렸다.이씨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준 정씨 어머니의 복부를 흉기로 한차례 찌른 뒤 문을 비집고 들어갔고 비명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달려나온 정씨에게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지난 설 명절에는 누수와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거실에 석유가 든 유리병을 던지고 불은 붙인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이 지른 불로 설을 맞아 집에 모인 홍모(67)씨와 두살배기 손녀 등 일가족 6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다.설 명절을 앞둔 2월 9일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 김모(45)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어 위층 김모(33)씨 등 형제 2명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옮겨졌지만 과다 출혈로 결국 숨졌다. 피의자 김씨는 범행 이후 도주했다가 닷새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층간소음 문제가 발단이 돼 이혼에 이른 부부도 있다. 술을 자주 마시고 심한 말을 내뱉기 일쑤이던 A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이나 경비원은 물론 주민들과도 다툼이 잦았다. 2008년 8월쯤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 이웃을 방문한 뒤 자살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당시 경찰과 119구급대까지 출동해 아파트가 떠들썩했다.이 일로 B씨는 집을 나가 40일 만에 돌아왔고 두 사람은 각방을 쓸 만큼 사이가 나빠졌다. 이후 폭행과 막말이 계속되고 사이가 악화하면서 부부는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됐다.한편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3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서울시에서도 올해 3월 ‘층간소음 해결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애초에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아파트 건설시 바닥구조 기준이 허술하다는 점과 함께 시공사의 자재 빼돌리기 등 부실시공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책임을 현 거주자들이 져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공동주택 바닥구조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지난 4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 개정안은 신축 주택에만 적용되고, 그나마 시행일자도 내년 5월 7일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