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의 건설 톺아보기] 수치 넘어선 정성적 능력 요구되는 해외시장

2021-09-08     이은형 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이은형 칼럼니스트·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연초에 대두됐던 해외건설수주에 대한 장미빛 전망은 갑작스런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사라졌다. 이후 올해 해외건설수주 등에 대한 전망은 2월 말에 타 언론사의 문의에 답했던 것과 차이가 없다. 국내에서는 상반기에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에 하반기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수주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 해외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건설투자 등을 늘릴 수도 있지만 특정 국가에서 우리 기업이 수혜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코로나19와 저유가라는 별개의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어디까지나 전반적인 시장상황에 대한 예측일 뿐이다. 방향성은 있더라도 실무측면에서는 여전히 추상적이라는 단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지속적인 전문인력의 양성과 유지를 통해 보완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 내에서 선호되는 부서들의 이름에는 대개 전략이나 기획, 해외, 국제같은 단어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이 이런 부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더 좋은 대우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개개인의 자질 수준이 드러나는 부서이기도 하다. 이유는 이들 부서의 실무에는 업무지시서에 명시되지 않은 범위의 사안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때는 교과서의 답안을 습득하는 암기력과 성실함보다도 창의력과 순발력, 추진력과 교섭력처럼 실제 업무과정에서 유용한 요소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관련 재능이 부족한 일부 인력이 자리보전을 위한 허위보고나 빨대꽂기 등을 통해 가짜 전문가로 자리잡으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실제 사업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은 겸손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다양한 건설사업의 분야나 사업지역 등을 건설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렵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필수적인 기술능력 이외에도 홍보, 법무, 경영지원 등의 다양한 기업역량이 어우러지지 못할 때의 폐해도 마찬가지다. 비실무기업에서는 필드는 커녕 어학연수 경험도 없는 인력이 교과서의 원론을 읊으며 해외건설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답은 항상 현장에 있는데도 말이다. 이렇다보니 종종 과거 수주액같은 수치만을 근거로 해외시장을 전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추세가 향후의 증가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 해외건설수주의 감소를 문제로 지적하는 언론기사도 유사한 맥락이다. 만약 수주감소가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등에서 비롯됐다면 이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마치 주식시장의 차트분석처럼 과거의 추세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로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와 현재의 상황적 배경 등이 유사해야만 한다. 하지만 과거실적이 해당 지역이나 국가에서 발생했던 특수한 상황의 결과였다면 수치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 해당 국가의 정치세력이나 실권자, 국제정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축적자료와 함께 해석능력도 갖춰야만 정성적 판단이 가능하다.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전공과 지식, 배경을 가진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이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끼 있는 인력 양성과 장기적인 역량 강화, 현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식의 원론은 기꺼이 수용한다. 그러나 이를 실행단계에서 뒷받침하는 사회나 기업문화는 찾기 어렵다. 이는 건설업만이 아니라 국내의 전 산업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로서 정부만의 책임도 아니다. 따라서 코로나라는 돌발요소가 장악한 지금의 시기를, 오히려 장기비전을 위한 꾸준한 자원과 역량의 투입이라는 교과서적인 표현을 우리 문화에서 현실화하는 시기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논의를 국익에 필요한 정책으로 연결해야 함은 물론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